지방정부가 지역 일자리 창출이나 주민 복지 향상 등을 지방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권한을 이양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 8:2에서 6:4로 단계적으로 개편, 지방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높인다. 지역상생발전기금도 확대·개편해 지역간 재정격차를 해소한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위원장 정순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종합계획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됐다.
자치분권위원위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 분권'이라는 비전 아래 6대 추진전략과 33개 과제로 종합계획안을 구성했다. 지난해 10월 대통령 주재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보고된 '자치분권 로드맵(기초안)'이 토대다. 중앙과 지방간 '동반자적 관계' 형성과 지역의 자율성·다양성·창의성을 강화해 자치권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주민주권 구현 △재정분권 추진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 간 협력 강화 △자치단체의 자율성·책임성 확대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지방선거제도 개선 등 6대 전략을 수립했다.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에 기능 중심으로 포괄적으로 이양하는 방안을 담은 것이 핵심이다. 단편 사무가 아닌 기능 중심 '패키지 이양'이다. 규제완화, 주민생활 편의 증진, 복지 시설 등 파급효과가 큰 기능 중심으로 이양해 지방의 실질적인 권한을 확대한다.
2012년 지방이양 의결 이후 장기간 미뤄졌던 518개 사무의 조속한 이양을 위한 '지방이양일괄법' 제정도 연내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이양에 따른 행·재정 지원을 위한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가칭)'도 설치한다.
지방세를 확충해 재정분권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현재 8:2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7:3을 거쳐 6:4로 개편한다. 소득·소비과세 중심으로 지방세를 확충해 지방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방재정 운영 자율성을 제고하고 지방 부담을 완화한다. 구체적인 이행년도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지역상생발전기금도 확대한다. 지역간 재정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이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균형장치를 마련한다.
주민직접참여 제도도 확대한다. 그간 주민발안, 주민소환 등 주민직접참여제도를 도입해 운영해 왔지만 참여율이 저조했다. 주민자치회 활성화,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주민 참여 문턱을 낮춰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운영방식도 바꿀 수 있다. 그간 226개 전 기초자치단체가 '기관대립형'의 일률적인 기관구성 형태로 운영됐다. 기관대립형은 집행기관인 자치단체장과 의결기관인 지방의회가 상호 견제하는 형태다. 앞으로는 인구 규모, 재정상황 등 지역별 여건에 따라 자치단체 형태를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주민에게 선택권을 준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만남도 정례화한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 협력 및 주요 정책을 심의하기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한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국무총리, 관계부처 장관, 자치단체장 등이 참석한다.
이번에 확정된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기반으로 각 부처는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자치분권 계획이 정부 의제 수준에서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종합계획에 담긴 많은 과제가 법률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위원회가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보고 등을 비롯해 다양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초 서울시의회 위원과 지방분권TF위원은 지방의회가 요구하는 핵심과제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장은 “자치분권을 주장한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많은 권한을 줘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주장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이번 종합계획으로 확정된 안은 그간 주장돼 왔던 내용을 상당 부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