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담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할 국민은 얼마나 될까. 남대문시장 상인, 편의점이나 동네 호프집 사장 가운데에는 많지 않아 보인다. 확실한 건 정부 살림은 나아졌다. 돈이 넘친다. 무엇보다 세수가 늘었다. 그러다 보니 돈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칫 세금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다. 세입도 늘리고 세출도 확장세다. 470조5000억원 규모로 내년도 슈퍼예산안도 마련했다.

현 정부 경제 정책 핵심인 '소득' 주도 성장이 언제부턴가 '세금' 주도 성장으로 전환되는 느낌이다.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려서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이론 배경과는 괴리를 보인다. 돈 흐름을 좋게 하는 신진대사 활성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혁신 성장은 거의 구호에 그친다. 이러다 보니 현 정부는 세금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일자리 창출에 세금 54조원이 투입된다.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과의 전쟁도 세금이 해결 카드다.

담론만 있고 소득 주도 성장론이 현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각론은 없다. 소득 주도 성장 담론이 성공하기 위한 냉철하고 세밀한 방법론이 필요하다. 현행 방법은 현실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유연성도 상실됐다.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무제 속도조절론은 속절없이 묻혔다. 부작용을 처리하는 사후대책(AS)만 늘어난다. 일자리안정자금이 대표 사례다. 일자리안정자금을 편성했지만 원하는 이는 별로 없다. 오죽했으면 지하철역에서 공무원들이 안정자금 전단지까지 돌릴까.

소득 주도 성장은 '부자 정부, 빈자 국민' 상황 타파에서 시작된다. 지금처럼 사실상 증세가 이뤄진다면 서민들 허리는 더 휠 수밖에 없다. 2017년도 우리 국민 납세 부담 지표인 국민부담률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민부담률은 국민이 낸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기여금을 그해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내년 상황은 더 우려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 인상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준조세 성격이 강해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가처분소득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 허리는 더욱 휘어진다. 실제로 고용보다 실직과 해고가 늘어나는 상황, 폐업이 증가하는 지경에까지 왔다. 폐업 처리 전문 업체가 호황을 누리는 게 현실이다.

재정확장 정책은 아직 효과가 없다. 문제는 무엇이고 해법은 무엇인가. 세금을 줄여서 가계가처분 소득을 올려야 한다. 사실상 '감세'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소비가 이뤄진다.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갈수록 세금을 포함해 국민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내야 할 돈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에 걸친 세수 증가에 따라 내년도 조세부담률은 20%를 돌파할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은행 대출이자 부담도 줄여 줘야 한다. 반값 이자율 정책도 고려하자. 이자율 인하 정책도 금융 당국이 검토해야 한다. 가계부채 1500조원은 소비활성화를 막을 수밖에 없다. 소비를 위축시키고 장기 저성장 곡선을 일컫는 'L'자형 경기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성과급 잔치를 앞둔 은행권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부채는 속박이라고 하지 않는가. 빚에서 벗어나야 국민들이 소비라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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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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