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IoT·AI 가전 등 개척...떠오르는 산업군서 반전 노려
팹리스 반도체 업계가 신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주력 전방산업 부진으로 팹리스 산업도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전 등 새로 떠오르는 시장에서 반전을 노린다. 대기업이 직접 칩을 생산하면서 특정 기업 위주 판매망 다변화도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전력관리칩 전문 팹리스 회사 실리콘마이터스는 최근 오디오 칩 분야에 새로 뛰어들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AI 스피커 갤럭시 홈에 실리콘마이터스의 오디오 앰프칩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마이터스는 2016년 8월 국내 오디오 칩 팹리스 회사 아이언디바이스를 인수하며 관련 기술 역량을 확보했다.
올해 이탈리아에 오디오 연구개발(R&D)센터도 개소했다. 이 회사가 주력으로 삼는 오디오 칩은 하이파이 디지털아날로그컨버터(DAC), 스마트 파워앰프(PA), 기타 백엔드 오디오 솔루션 등이다. 스마트폰 등에 쓰인 기존 전력관리칩 사업과 별도로 오디오 분야에서 앞으로 3년 안에 신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자동초점(AF) 드라이버IC 분야 세계 1위 회사인 동운아나텍은 신사업으로 추진한 포스터치 피드백IC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포스터치 피드백IC는 과거 '햅틱칩'으로도 불리던 제품이다. 터치 입력을 받으면 이 신호를 진동 모터에 전달해 각종 진동을 만들어 낸다. 동운아나텍 제품은 기존 칩보다 정교한 진동 피드백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과 중국 기업 스마트폰에 공급을 성사시켰다.
보안카메라용 이미지센서 전문 회사 픽셀플러스는 사실상 자동차 반도체 팹리스로 탈바꿈했다. 자동차 매출 비중이 90%를 넘어섰다. 이 회사는 최근 차량에 탑재되는 서라운드뷰모니터(SVM) 시스템온칩(SoC)을 상용화했다. 최대 4개의 고해상도 카메라 센서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합성,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차량 주변을 3D로 보여 준다. 비슷한 성능의 경쟁 SoC와 비교하면 값이 4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픽셀플러스는 추후 자동차 분야 제품군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구동 드라이버IC 전문인 티엘아이는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 아직 이렇다 할 매출은 없지만 상용화에 성공하면 디스플레이 분야에 내준 매출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스마트 신발깔창 분야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자동차 반도체에서 두각을 드러낸 텔레칩스는 주력인 인포테인먼트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외에도 계기판용 제품으로 포토폴리오를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팹리스 업계 화두는 생존”이라면서 “캐시카우로 여겨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시장이 정체되거나 역성장하면서 자동차, IoT, 웨어러블 등 신시장 개척이 생사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코스닥에 상장된 팹리스 16개사 가운데 올 1분기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곳은 1개사에 불과했다. 9개사가 적자 전환을 했고, 나머지는 역성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는 실리콘웍스, 삼성은 시스템LSI 사업부 중심으로 각각 시스템반도체 '수직계열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내 팹리스는 고객군, 공략 산업군 외연을 넓히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