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브로드밴드 보급률과 속도는 경쟁 국가와 월등한 격차를 두고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광인터넷(FTTH) 보급률에서도 세계 1위로 확인됐다. 2017년 OECD '디지털경제전망 한국 특별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인터넷 평균 속도(29Mbps)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정 브로드밴드 가입자 가운데 100Mbps 이상 비율이 76%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정부 정책 의지와 민간 기업 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1990년대 초반부터 계획된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 구축 계획(1995~2005년), 광대역 통합망 구축 기본 계획(2004~2014년), K-ICT 네트워크 발전 전략(2016~2020년) 등 국가 전략 차원 네트워크 구축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라 네트워크 정책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모든 사람·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데이터를 끊임없이 생성·축적하고(초연결) 인공지능(AI)이 스스로 분석·활용해(지능화)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지능정보 사회 구현이 국가 관심사가 됐다. 보급률과 속도 등 기존의 외형 성장 목표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지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유연성·지능화·저지연성 지원이 가능한 소프트웨어(SW) 기반 네트워크 고도화가 필수다.
네트워크 환경은 상위 응용 서비스가 요구하는 기능을 즉시 제공하는 체계로 발전하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도 SW 기반 네트워크(SDN/NFV) 발전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오던 네트워크 장비 국산화에도 청신호가 되고 있다.
주요 네트워킹 기능이 오픈소스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전용 네트워크 장비를 범용 컴퓨터가 대신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러한 시대 요구에 따라 초저지연·고대역폭·고품질 서비스를 유연하고 효율 높게 제공하기 위한 SW 기반 지능형 초연결망 선도 사업을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가상화통합보안솔루션(vCPE)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SW 기반 FTTH 가입자망 장비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적용·운영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부터 통신사, 통신장비업체, 서비스사업자와 10Gbps 인터넷 서비스 촉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홀로그램 등 실감형 미디어, 홈IoT 확산 및 5G와 802.11ax 도입 등으로 폭증하는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한 효율화다.
4차 산업혁명도 결국 우수한 네트워크 환경이 갖춰진 환경에서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원유인 데이터를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을 갖춰야 하며, 분야별 데이터 특성에 맞게 네트워크를 지능화와 함께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능이 구현돼야 한다.
하부 구조를 이루는 핵심 기술이 오픈소스화 되는 이 시점에서 SW 기반 네트워크 전환을 통해 주요 장비 국산화와 지능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지능형 초연결 환경으로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영로 한국정보화진흥원 기술지원본부장 lyr@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