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결제한도 규제 개선 논의가 구체화 된다. 대형업체들이 이용자 보호방안 일환으로 자가 결제한도 시스템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면, 정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를 고려해 현행 결제한도규제 제한을 없애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4일 게임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주요 게임업체들은 성인이 온라인게임에서 자가 이용한도 설정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유력한 방법은 현행 50만원 수준으로 설정된 성인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를 이용자가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초기 설정을 따로 수정치 않으면 50만원 수준을 유지하되, 필요한 이용자는 별도 옵션을 통해 월 이용액을 결정하도록 한다. 기본적인 제한은 두고 개인 책임 아래 조절하도록 한 것이다.
게임업계와 시민단체가 함께 모인 민관합동게임제도개선 협의체는 올해 초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이용자 보호방안 마련을 골자로 한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정하지 않았다.
게임업계는 일각에서 거론된 70만원, 100만원 한도 상향 내 자가설정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한도 등 기존 금융제도가 성인 개개인 자산을 고려하는 만큼 기존 안전망으로도 충분히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이용자나 일부 과소비 이용자 등 오용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해당 계정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통제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존 30만원, 50만원 규제는 기준을 설정한 근거가 충분치 않다”면서 “상향된 한도 안에서 이용자가 한도를 결정하게 되면 계속 잘못된 바퀴를 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게임업체가 이용자 보호조건을 충실히 마련한다면 적용해볼만 하다”며 “다만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충전하는 경우나 확률형 아이템 등 사회적으로 지적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용자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규제는 법이나 게임위 규정에 명시하지 않은 명목상 '자율규제'다. 게임위 등급 신청 시 내용정보기술서 양식에 해당 기준을 초과하면 등급 분류를 반려한다. 때문에 게임위가 해당 업무과정을 바꾸면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명분이다. 정부와 업계가 규제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섣불리 진행하면 자칫 역풍이 일 수 있다. 게임업계가 10월 안으로 새로 결성하는 '독립적인 자율기구 발족'을 전후로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구는 소비자, 학계, 전문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한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이행 여부에 대한 인증제도 실시, 자율규제 모니터링과 고도화를 위한 업무 등을 수행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업계 자율규제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으면 규제개선에 속도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는 2003년 게임물 심의를 담당한 영상물등급위원회 주도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월 결제 상한액을 성인 30만원, 청소년 5만원으로 각각 제한했다. 2009년에는 금액을 한 차례 올렸다. 성인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 속에서도 유지된 게임업계 대표 규제다.
이 규제는 모바일게임이 산업주류로 등장한 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구글, 애플 등 모바일게임 플랫폼 사업자들은 별도 월 결제상한액을 두지 않고 서비스를 운영한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