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가 0.6%를 나타냈다. 1분기 성장률보다 0.4%포인트(P) 낮아졌다. 2분기 속보치(0.7%)보다 떨어졌다. 반도체·LCD 제조용 설비를 포함한 설비 투자가 2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로써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정부·한국은행 전망(2.9%)보다 낮은 2.8%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97조9592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0.6% 증가율을 기록했다.
분기별 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2%에서 올해 1분기 1.0%로 뛰었으나 2분기 다시 하향세를 보였다.
7월 발표된 속보치(0.7%)보다 0.1%P 하락했다. 이로써 연간 2.9% 성장 달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상반기 전체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2.8%에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며 하반기 하향 조정 가능성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연간 성장률이 2.9% 되려면 3분기와 4분기 평균 전기 대비 1.03%씩 성장하면 가능하다”며 “7월 소매판매 실적이 좋게 나왔고 통관 수출입 흐름이 양호했으며,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 등 하반기 상향 요인이 있기 때문에 수치만으로 연간 성장률을 계산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 10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낮아질 수 있음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문별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속보치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감소세에 머물렀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속보치보다 0.9%P 오른 -5.7%를 기록했다. 2016년 1분기 이래 가장 낮았다. LCD 제조용 설비 및 반도체 제조용 설비 등 기계류 투자가 4.7%나 줄어든 탓이다.
특히 LCD 제조용 설비 투자는 중국 최대 패널 제조사 BOE 등이 중국 정부 보조금 지원에 힘 입어 설비 투자를 확대한 영향을 받았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설비 투자는 2분기 조정 국면에 들어섰으며 LCD 제조 설비 투자는 중국 업체에서 공급을 늘린 영향을 받았다”며 “하반기에도 조정이 일어나겠지만 (기업에서) 투자 계획을 많이 발표했기 때문에 조정 폭이 달라질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민간소비는 0.3% 증가에 그치며,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 정부소비 증가율도 0.3%로, 2015년 1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2.1%였다. 건설투자는 올해 1분기 1.8%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 등의 여파로 주거용 건물건설, 토목건설이 모두 줄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5.7%였다. 속보치보다 개선지만 2016년 1분기 이래 가장 부진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7%였다. 건설·설비·지식재산생산물 등 3대 투자 지표가 모두 역성장한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수출은 0.4%, 수입은 -3.0%로 집계됐다. 기계류, 운송장비 수입이 줄고 거주자의 해외 소비가 감소한 데 따라 수입 증가율도 2011년 3분기 이래 최저였다.
한편,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계절조정기준)은 전 분기보다 1.0% 감소했다. GNI는 한 나라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소득 등을 합친 지표다.
실질 GNI는 작년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3%로 개선됐으나 반년 만에 다시 고꾸라졌다. 유가 상승에 따라 교역조건이 악화해서다.
다만 올해 1인당 명목 GNI 3만달러 달성은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한은이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올라갔다.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대에 힘이 빠질 수 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