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은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시스템 구축 방법으로 분권형 국민참여 전원을 꼽고 있다. 주민참여·이익공유형 방식으로 지자체별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면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가상발전소, 양방향충전서비스(V2G), 국민 수요관리(DR), 에너지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융합 기술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분권형 전원시스템 구축은 전력수급과 지속가능성 부분에서 장점을 지녔다.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가 가까워 대규모 송전선 건설 문제 등에서 자유롭다. 지역민이 참여하기 때문에 주민반대 같은 갈등도 적다. 중소규모 용량 수많은 발전원이 모여 지역별 전력시스템을 구축하는 만큼 설비 고장시 수급불안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사회 인식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주민참여 및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사업 대다수는 공기업과 대기업이 사업을 계획하고, 여기에 주민을 참여시키는 방식이 대다수다. 주민과 지역조합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자본을 조성하기에는 발전사업 진입장벽이 높다. 취지는 전력시장에 국민 참여 문을 여는 것이지만 현실은 기존 발전사업자가 지역민원을 해결하는 방법 정도로 여겨진다.
분권형 전원시스템의 태생적 약점도 있다. 원전처럼 대용량 설비가 없어 설비 고장에 대한 안정성이 높지만 중소규모 설비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 실시간 전력시장과 통합 스마트에너지 시스템 구축 방안이 강구되지만, 지역별로 퍼져있는 수많은 재생에너지 단지 설비를 관리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기업 형태 대규모 단지는 체계적인 설비관리가 가능하다. 일반 소규소 재생에너지 설비는 개인이 노후설비 교체, 유지보수 등을 감당해야 한다.
DR시장 확대도 한계가 있다. 올 여름 폭염으로 전력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수요전망 초과시 발동해야 하는 신뢰성 DR시장은 가동하지 않았다. 산업계가 하계 휴가를 앞두고 막바지 조업에 있었던 만큼 DR시장 발동에 부담이 있었다. 정부는 국민DR 등 DR시장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올해와 같은 폭염상황에서 일반인이 에어컨을 끄는 등 절전행동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