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진단과 재정지원으로 대학 구조조정 가능할까

대학재정지원 사업 개편 실효성을 두고 의문도 제기됐다. 대학 스스로 혁신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정원을 감축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대학이 혁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정원 감축도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국회교육위원회에 보고한 업무현황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학 입학 정원 48만3000명 기준 대비 2021학년도에는 5만6000명 미충원이 예상된다. 약 38개 대학이 폐교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는 일반대 평균 입학정원 1650명, 전문대 1250명 등 학교당 평균 입학정원을 적용하고 일반대와 전문대 비율을 약 65대 35로 유지한다고 가정한 결과다.

교육부는 대학재정지원 사업 개편에 따른 감축 권고를 통해 약 1만명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역량강화대학에는 정원 감축 권고로 적정 규모를 유도하고, 재정지원제한대학(유형Ⅰ·Ⅱ)에는 정원 감축 권고와 함께 차등적으로 정부 재정지원을 제한할 예정이다. 유형Ⅰ 대학에는 정원 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일부 제한으로 운영 효율화를 유도한다. 유형Ⅱ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와 함께 재정지원을 전면 제한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나머지 4만6000명에 해당하는 정원 감축은 시장에 맡긴다는 것이다. 신입생이 줄어 스스로 폐교를 하는 대학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재정지원을 동원해 반강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원은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방관하는 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대로 두면 38교가 자발적으로 폐교하는 게 아니라 전체 대학이 다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1만명만 감축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에도 비판이 일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특정 사업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펼쳤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 잣대도 없이 자율적으로 혁신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대학은 재정지원사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각종 수치 관리에만 몰입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스스로 혁신하도록 한다고 하지만 '지표 채우기'가 아닌 진정한 혁신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한 대학 총장은 “공정성을 따지다보니 정량적 평가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량평가에 해당하는 수치 관리를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해외 유수 대학처럼 학과를 대대적으로 통폐합하거나 조정하는 등 혁신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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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감축 권고 비율】

역량진단과 재정지원으로 대학 구조조정 가능할까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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