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현장 부정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가 연구개발사업(R&D) 관련해 부정행위가 적발돼 제재조치가 내려진 사례는 8623건이다. 참여제한 조치가 내려진 전체 제재조치 건수 가운데 '기술료 미납'이 3932건, '연구결과 불량'이 1709건, '지식재산권 개인명의 출원·등록'이 1683건, '연구개발비 용도 외 사용'이 1066건 등이다.
이 가운데 사업비 환수 조치가 결정된 건수는 총 885건이다. 환수 대상 금액은 1976억원이었으나 실제로 환수가 이뤄진 것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사업비 환수 조치가 결정된 사례 절반 이상이 연구비 유용이었다. 이에 따라 제재부가금이 부과된 사례도 141건, 46억원에 이른다. 실제 환수 금액은 7억여원으로 환수율은 지난해 기준 17%에 불과했다. R&D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과 함께 연구 관리 시스템의 근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라 붙는 배경이다.
연구계는 현장에서 작용하는 엄격한 연구윤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기계는 2004년 과학기술인 헌장과 2007년 과학기술인 윤리강령을 제정했다. 연구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따랐다.
한 대학 교수는 “연구자가 윤리 덕목을 갖추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요받는 구조와 그렇지 않은 상황엔 분명 차이가 있다”면서 “지금처럼 연구자와 연구비 집행에 대한 검증이 취약하고 윤리 의식을 강요하지 않는 구조를 근본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을 비롯한 국내 과학기술단체도 이런 인식아래 연구윤리 문제 해결을 위한 생태계 조성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구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윤리 규범을 제정, 실제 연구자 인식을 전환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연구 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한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과총 회원 단체 610개 중 400개 이상이 학회로 구성됐다. 이들과 함께 연구윤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과총이 학술지, 학회활동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데 연구윤리 관련 조항을 지원 기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총 윤리위원회 위원인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은 “연구자 윤리 강화와 연구 시스템 개선 방안을 동시에 고려해 실제 연구 현장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하며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연구계가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