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70% 이상 떨어지며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암호화폐 시가총액 규모가 1월 정점 이후 전체 75%에 해당하는 약 6000억달러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권당국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보류하고, 승인 여부 발표를 내달 말로 미루면서 가파르게 올라갔던 암호화폐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암호화폐 가격이 고점일 때 투자한 일반인이 큰 재정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앞으로 암호화폐 기술 채택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그동안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초기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겼다. 하지만 작년에 디지털 토큰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 규모와 성격은 이전과 달랐다.
많은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장하고 처음 9년간 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작년 하반기에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회원 수가 두 배로 늘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암호화폐 분야에 전문지식이 거의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 투자에 뛰어들었고, 오프라인 객장까지 문을 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과열된 시장에서 암호화폐 거래 중개 사업자가 큰 이득을 봤고, 규제되지 않은 암호화폐공개(ICO) 시장 등으로 돈이 몰렸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1월 초까지 최소 39개 디지털 코인이 시장에서 1억달러 이상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장밋빛 비즈니스 모델을 약속했던 이른바 '알트코인' 대부분이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작동하지 않고, 혹은 사기로 밝혀지면서 시장에는 쓸모가 없어진 '데드코인'이 쌓이고 있다.
가장 오래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대부분 디지털 코인보다 손실이 덜한 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규 암호화폐 등 디지털 토큰이 평균적으로 90% 손실을 보는 것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에 비해 약 70% 하락한 상황이다.
한편 일부 투자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돈을 들여 암호화폐를 사들이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1000달러를 돌파하고 이후 80% 이상 떨어진 후 가격을 회복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폭락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2013년 최고점 대비 500% 이상 상승한 650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