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삼성전기' 2년 전 투자한 PLP 사업 마침내 성장궤도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1월 2일 수원 본사에서 가진 시무식에서 “2018년을 PLP(패널레밸패키지) 사업의 원년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2016년 신규 투자한 PLP 사업을 육성해 “본격 성장을 달성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전자부품 기업으론 이례적으로 반도체 패키지 분야에 도전한 삼성전기가 마침내 약속 실현을 앞두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PLP 사업에서 첫 결과물을 만들었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패키지를 삼성전기가 맡은 것이다. 6월 양산을 시작했고, 갤럭시워치 출시에 맞춰 현재 출하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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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워치(자료: 삼성전자)

◇갤럭시워치 AP '멀티다이+PLP'

갤럭시워치에 적용된 AP는 업계 알려진 것과 달리 두 개의 부품이 한꺼번에 패키징됐다. AP와 전력관리반도체(PMIC)가 하나의 패키지 속으로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를 '멀티다이(Multi-Die)' 패키지라고 부른다. 이 기술은 인쇄회로기판(PCB) 기반 2개 칩을 통합하는 것에 비해 크기와 두께를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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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다이와 멀티 다이 패키징 예(자료: 삼성전기)

삼성전기는 여기에 팬아웃 방식 PLP 기술을 더했다. 팬아웃 PLP는 패키지용 기판을 사용하지 않고도 반도체를 메인기판과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PCB를 쓰지 않아 전체 패키지 두께를 2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스마트 기기에서 반도체 칩이 작아지면 내부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 다른 부품 성능을 개선하거나 신규 부품을 탑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두께가 줄어든 AP로 생긴 공간을 배터리를 늘리는 데 활용했다. 전력효율도 멀티다이 패키지와 PLP로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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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팬아웃 PLP 패키지 단면도. 단일 패키지 안에 AP와 PMIC가 배치됐고, 반도체 기판 대신 재배선층(RDL)으로 메인기판에 실장할 수 있도록 했다(자료: 삼성전기)

◇PLP, 성장궤도 오른다

AP는 스마트기기에서 사람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그 만큼 제조에 난도가 높다. 이런 중요한 AP를 삼성전기가 패키지해 출하했다는 것은 삼성전기 PLP 기술 역량이 상당 수준으로 올랐다는 의미다.

당초 삼성전기의 첫 PLP 제품은 PMIC가 될 뻔했다. 대만 모 기업에서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막판 고객사 변심으로 무산됐다.

이는 삼성전기에 적잖은 부담과 압박이 됐다. 2017년은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이 “PLP에서 첫 매출을 거두겠다”고 공언한 해였다. 수천억을 쏟은 투자에 대한 결과물도 보여줘야 했다.

첫 매출 계획은 그렇게 틀어졌다. 그러나 전화위복이 됐다. PMIC보다 고가이자 고성능 부품인 AP를 패키지하며 시장의 우려를 덜어낸 것이다.

삼성전기는 이번 난도가 있는 첫 제품 양산을 시작으로 하반기 추가 제품 수주로 공급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AP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의 패키징을 포함해 팬아웃 기반 시스템인패키지(SiP) 모듈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을 본격 확대하는 성장 채비에 들어간 것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5G 이동통신, AI, 자율주행 시대에는 전자기기의 소형화·고성능·다기능 등 모듈화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PLP와 같은 반도체 패키지 기술이 앞으로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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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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