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연이은 헛발질로 구설수에 올랐다. 중기부가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서 정식 인증을 받은 우수 중소기업을 투자 금지 기업으로 분류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수개월 동안 준비해서 까다로운 정부 인증을 받았지만 정작 중소기업 담당 부처는 현행법을 들어 투자 부적격 업체로 지정했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소액 해외송금업체를 금융기관으로 편입시켜 라이선스를 주었지만 정작 중기부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위배했다며 중소기업을 옥죄는 것이다.
이에 앞서 중기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래방과 미용실까지 벤처 기업으로 지정할 정도로 규제를 완화하는 상황에서 미래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제외 업종으로 결정했다. 유흥업소, 도박장과 같은 사행시설 운영업 정도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본 것이다.
물론 중기부도 할 말이 많다. 현행법과 제도에 따르면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움직이는 정부 입장에서는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수수방관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부처끼리 보이지 않는 칸막이와 복잡하게 얽힌 관련 법 등 시스템 문제라고 하소연할 수 있다. 수긍이 간다.
그러나 문제는 '중소벤처기업부'라는 데 있다. 다른 부처라면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다. 중기부는 다르다. 중소기업과 벤처 활성화를 위해 만든 전담 부처다. 청에서 부로 승격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고, 권한도 막강해졌다. 아이콘 부처로 힘을 실어 준 배경은 하나다. 중소기업과 벤처를 정책 중심에 놓으라는 당부다. 관련 업계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중소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라는 것이다. 하루빨리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정책 방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벤처가 외면하는 중기부라면 존재 의미가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부처인지 되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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