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교실의 무선통신망 액세스포인트(AP)를 설치하는 중소 IT업체 A사.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당 20만원에 AP를 설치해 주던 이 회사는 정부가 지역별 사업을 모두 통합해 발주한 후 수익이 절반으로 줄었다. 통합사업자 하청업체로 전락한 탓이다. 당장 하청업체로라도 사업을 하지 않으면 사업 유지도 힘든 터라 울먀 겨자먹기로 사업을 하고 있으나, 인건비로 따져도 최저임금에도 해당하지 않을 정도의 박한 수익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일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교 무선인프라 구축 사업에 지방 중소 IT업체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수백개의 지방 중소 IT업체가 정부의 학교 무선인프라 구축 사업에 반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가 2021년까지 전국 7967교 모든 초·중·고교에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각 학교마다 최소 두 개 교실에 AP 4대와 태블릿PC 50대를 공급한다. 5년간 총 2000억원 규모 대형 사업이다.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 IT업체에게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저수익 수렁으로 빠지는 골칫거리가 됐다.
이는 교육부가 관리 용이성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을 수행기관으로 하는 통합 사업으로 추진하면서다. 해당 사업은 NIA가 발주하고 KT가 수주해 각 지역에 구축·공급하는 형태다. 지난해 사업은 137억원이 집행돼 읍·면 지역을 우선으로 685개 초등학교에 AP와 태블릿PC가 보급됐다. 올해는 500억원 예산, 1878교가 대상이다.
그동안 학교에 무선인터넷 AP를 구축하거나 태블릿PC를 보급하는 것은 규모는 작더라도 지방 교육청이 발주하고 지역 업체가 수주하는 형태였다.
무선AP가 구축된 학교는 전국의 10% 정도다.
하지만 교육부가 일괄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지역 업체가 설 땅이 사라졌다. 대형 업체가 독식하다보니,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하청업체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익은 절반으로 줄었다.
한 중소 IT업체 사장은 “수익이 너무 적어 참여하지 않으려고 해도 기존 고객인 교육청이 대형 업체 서비스 받기가 불편하다면서 하청업체로라도 참여해 달라고 한다”면서 “하는 일은 같은 데 정부 예산은 대형 업체 배불리는 데에만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이미 네트워크는 구축돼 있고 AP 설치하고 태블릿PC와 충전 보관함을 보급하는 사업인데 굳이 대형 통신사업자가 이 사업을 주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교육청에서 관리하던 기존 사업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관리하는 현 사업 간 연계가 떨어지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개별사업으로 발주하려고 했다가 시·도 교육청 요청으로 통합 발주한 것”이라면서 “비용을 줄일 수도 있고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소 IT업체 상황을 듣기는 했으나, 한번 통합한 것을 다시 나눠서 발주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중소 IT업체 모임인 한국교육IT서비스업협동조합은 회원사 원성이 높아지면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명운동을 비롯해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교육IT서비스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도 지방 IT업체들을 고사시키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학교 일선에서도 불편을 느끼는 만큼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