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車사고 전문가 "BMW 화재, EGR 교체로 100% 해결 못 해"

“BMW가 리콜 방안으로 제시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교체만으로는 화재 사고를 100%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사고분석 전문가들은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리콜을 단순 점검 후 일부 부품 교체로 마무리할 경우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면서 철저한 결함 조사를 통해 화재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달리는 차량 화재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전기 계통, 둘째는 연료 계통 문제다. 보험 업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고 차량 0.1%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논란이 된 BMW 520d는 전체 판매 차량 0.2%에서 불이 났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BMW 화재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Photo Image
최영석 선문대 교수

전문가들은 유독 한국에서 BMW 화재 사고가 빈번한 이유에 대해 하드웨어(HW)와 함께 소프트웨어(SW) 문제를 지목했다. BMW 주장처럼 국내와 해외에서 같은 부품을 사용했다면 한국 사양에 맞춘 SW 설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사고기록장치(EDR) 분석 평가사)는 “BMW 화재와 리콜은 일부 부품 교체만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면서 “HW는 물론 SW를 면밀히 분석해 결함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대다수 수입차 업체들이) 국가별 특성에 맞게 전자제어장치(ECU) 데이터를 현지화한다”면서 “BMW 역시 한국의 까다로운 배출가스 규정에 맞추기 위해 ECU 업데이트 등을 통해 데이터를 해외와 별도로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hoto Image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장)도 “이번 화재는 HW와 SW 모두 문제”라면서 “(도심 단거리 주행이 많은) 국내 도로 환경 특성상 유럽보다 EGR을 많이 사용하면서 HW와 SW 간 오류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HW와 SW가 서로 못 따라가면 차량 배기가스 온도 상승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EGR이 제 역할을 못하고, 관련 부품이 녹으면서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전문 정비사들은 BMW 차량 고질병이 폭염이라는 특수한 기상 이변과 만나면서 화재를 부채질했다고 봤다. 차량마다 고질병이라 불리는 일종의 결함이나 약점이 있는데, BMW 일부 부품이 고온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Photo Image
박승호 SH모터스 대표

박승호 SH모터스 대표는 “보증기간이 만료된 BMW 중고차는 과거부터 화재 위험이 높은 누유 정비 사례가 많았다”면서 “냉각수 고무호스 파손, 에어 인테이크 누출 등 엔진 관련 부품 내구성이 고온에 취약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BMW가 제시한 단순 EGR 교체는 화재 사고를 100%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고온에 취약한 부품을 모두 바꾸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BMW가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최 교수는 “BMW 화재 차량은 EGR 교체는 물론 서지탱크 등 관련 부품을 불이 안 붙는 금속 소재로 바꿔야 한다”면서 “이 경우 비용은 물론 엔진 주요 부품 소재 교환으로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하는 등 문제가 커져 BMW가 쉽게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도 “근본적으로 화재 사고를 막으려면 EGR 부품만 교체할 게 아니라 관련 부품을 다 바꿔줘야 한다”면서 “누구보다 원인과 대책을 가장 잘 알고 있을 BMW가 나서 부품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다수 자동차 부품은 장착 3~5년이 지난 시점부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EGR 부품을 교체하더라도 수년 뒤 화재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