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도를 달리던 페이스북이 위기를 맞았다. 미국 증시 역사상 최고 주가하락을 겪은 데 이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페이스북 주가는 27일(현지시간) 한때 173달러까지 떨어졌다. 종가는 174.89달러. 전날 미국 주식 역사상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200억달러 손실 후에도 내림세가 이어졌다. 성장에 대한 의문이 원인이다.
이용자 정보 유출, 가짜뉴스 방조,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스캔들 등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주가는 굳건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발표 후 페이스북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져 나왔다.
페이스북의 2분기 글로벌 일간활동이용자수(DAU) 증가율은 전년동기 2% 낮아졌다.
5월 25일 도입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악재로 작용했다. GDPR가 시행되자 유럽 페이스북 이용자는 300만명 감소했다. 페이스북은 2분기 북미·유럽지역에서 95억달러를 벌었고 그 외 지역에서 34억원을 벌어들였다. 유럽 이용자 감소는 치명적이다.
오스트리아 개인정보보호단체로부터 제소도 당했다. 위반사실이 인정되면 페이스북은 세계 매출액 4%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추가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22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신규 이용자 유입을 위해 페이스북은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월가는 페이스북 주가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 시장조사업체인 GBH 인사이트는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증가세로 회복될 때까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경영진 주식 처분도 악재다. 경영진 9명은 주식 41억달러어치를 매각했다. 저커버그는 실적 발표 전 24만주를 매각했고 그 전날에도 52만4000주를 팔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구실로 저커버그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트릴리엄자산운용 등은 저커버그 의장직 사퇴 제안서를 제출했다.
저크버그가 스캔들 때 보여준 대처가 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도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0억달러 규모 주식을 보유한 5명의 주주가 페이스북이 애플, 구글, 오라클 등과 같이 독립적인 의장을 원한다며 저커버그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주주 제임스 케이쿠리스는 맨해튼 연방법원에 저커버그와 데이비드 위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실사용자 감소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소장을 제출했다. 포머란츠 로펌과 캐스켈라로펌은 저커버그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래 실적도 어둡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예방을 위해 정보보호와 보안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 2분기 인건비는 73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50% 증가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말까지 2만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신사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웨너 CFO는 “매출 증가율이 3·4분기에 크게 둔화될 것”이라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