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33>핵심역량에 대한 창업가의 오해

그동안 여러 스타트업 창업가를 만나면서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물은 바 있다. 이 때마다 특허, 영업권, 디자인, 초저가 등 제각각 상이한 대답을 듣게 되곤 했다. 물론 핵심역량은 업종 특성에 따라 회사 내부 상황에 따라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많은 창업가가 핵심역량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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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란 고객에게 남다른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는 경쟁사가 갖지 못한 기업 고유의 자산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즉, 타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점적 지위 내지 차별적 지위로, 경쟁사보다 제품을 싸게 만들 수 있다든지, 경쟁사보다 디자인이 뛰어나다든지, 배송을 빨리 해준다든지 다양한 요인이 핵심역량일 수 있다. 이러한 핵심역량은 창업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일 뿐 아니라 향후 회사 성장 여부와 성장 방향성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또 핵심역량은 한번 자리 잡히면 거의 바뀌지 않는다. 이 때문에 창업 초기 많은 기업이 자사의 핵심역량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창업가의 생각과 달리 핵심역량은 창업가가 정한다고 해서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경쟁사 상황과 고객 요구에 따라 재수정되거나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 중소기업에서 만든 중저가 태블릿PC는 당초 사무기기로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소비층은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다양한 수험생의 교육용 학습도구로 활용됐다. 부모가 대기업 태블릿PC보다 성능이 떨어져 게임을 하기 어려운 중저가 태블릿PC를 교육용으로 자녀에게 사준 것이다. 기술 우위를 핵심역량으로 삼아 R&D를 수행해 온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경쟁사가 보다 우월한 제품을 출시할 경우 상황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핵심역량에 대한 또다른 오해 중 하나로, 특허 자체를 핵심역량으로 꼽는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물론 특허가 핵심역량을 확보하는 중요한 밑천일수 있다. 하지만 사업 트렌드와 기술이 급변하는 분야에서는 특허권보다 내부 기술력 보유 여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내부 기술력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일지라도 일회성 있는 특허 출헌 내지 특허를 외부로부터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업규모가 커져가면서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핵심역량도 있다. 고객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핵심역량으로 삼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사업규모가 작을 때는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빈번한 대면 접촉을 통한 밀도 높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질 경우 이 같은 세밀한 대응이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핵심역량도 사라지게 된다.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는 사실을 핵심역량으로 내세우는 스타트업들이 있는데 이 역시 핵심역량일 수 없다. 본인이 가장 먼저 시장을 형성했다 하더라도 해당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이후 후발주자에 밀려 소멸되기 십상이다. 핵심역량은 시장을 가장 먼저 알아본 혜안(慧眼)이 아니라 해당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에 달린 것이다.

핵심역량은 기업의 마지막 보루이자 기업이 내포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또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기업을 매각할 때도 해당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핵심역량을 개인적인 선입견만으로 결정지은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기 바란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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