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픈마켓 업계에 '피싱' 주의보가 내려졌다. 해외 대량 구매자로 위장하거나 오픈마켓을 사칭해 중소 제조사 및 판매자에게 돈을 뜯어내는 전문 사기단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기관명이나 오픈마켓 상품기획자(MD)를 사칭한 피싱 전화에 피해를 보는 판매자, 제조사가 늘고 있다. 대량 구매를 의뢰하거나 판로를 확보해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범죄 수법이다. 주요 오픈마켓은 입점 판매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피해 예방이 쉽지 않다.
최근 확인된 가장 지능화된 피싱 수법은 필리핀 등 해외 선교학교로 위장해 배송비를 뜯어내는 형태다. 사기단은 우선 국제전화로 오픈마켓에서 제품을 보고 연락했다며 대규모 학교 행사를 위한 대량 구매 견적을 요청한다. 통상 오픈마켓 판매자는 제품 수리 등 사후관리(AS)를 제공하기 위해 상품 판매 페이지에 연락처를 공개한다.
대상 업체가 견적서를 발송하면 위조한 송금내역서를 보내 마치 돈을 보낸 것처럼 속인다. 판매자가 계좌에 입금 되지 않았다고 하면 해외송금은 환율 및 처리 절차 때문에 2~3일 후 입금된다고 안심시킨다. 이후 사기단은 관세를 줄이고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현지 물류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며 거액의 배송비를 요구한 후 이를 챙겨 잠적한다.
근래 이 같은 피해를 입은 한 판매자는 “주문을 받고 실제 생산에 들어가면 (사기단이) 갑자기 촉박한 납기 일정을 제시하며 배송비 지불을 압박한다”면서 “선교학교 이름으로 가짜 홈페이지를 만들고, 각종 서류까지 치밀하게 위조해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오픈마켓을 사칭한 피싱전화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판매자에게 자동전화(ARS)로 통장을 개설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가짜 은행 홈페이지 접속을 유도해 개인정보를 탈취, 개인 통장에 있는 돈을 빼가거나 대출을 받는 수법이다. 주요 오픈마켓에서는 판매자들에게 계좌 개설을 안내하고나 금융 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오픈마켓 MD라고 속여 직거래를 요구하는 수법도 포착됐다. 오픈마켓에 등록된 가격보다 싸게 제품을 사들여 되팔거나 대량 구매를 미끼로 웃돈을 요구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온라인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갑작스러운 해외 대량 구매 주문과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전화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