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공급이 급격히 늘어날 징후가 전혀 없다.”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일자 업계 전문가들은 24일 이 같은 견해를 내놨다. 전날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상장기업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메모리 값 하락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과도하다는 평가다.
메모리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는 △D램 현물가 하락 △삼성전자 증설 두 가지로 요약된다.
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자료에 따르면 주력 D램인 8기가비트(Gb) DDR4의 현물 가격은 올해 초부터 추세적으로 계속 하락세다. 지난 18일 8달러대가 깨지면서 하락폭을 높였다. 다만 대형 기업간 거래 가격을 추정하는 고정거래가는 여전히 보합 혹은 소폭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18나노 서버용 D램이 고객사 성능 평가에서 떨어졌다. 3만장 규모다. 이 고객사는 삼성전자에 20나노 서버 D램을 재차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고객사 평가에서 떨어진 3만장 규모 D램 웨이퍼가 일시적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현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 D램 점유율은 작년 4분기(45%) 대비 0.6%포인트 떨어진 44.4%를 기록했다. 미국 마이크론이 22%에서 23.1%로 점유율을 소폭 높였다.
증권가 일각에선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삼성전자가 하반기 수익성 위주 전략에서 탈피, 지금보다 빨리 증설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선우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수익성 위주 전략이 D램의 장기 업사이클을 견인했다”면서 “그러나 이익 점유율이 4년 만에 50% 이하로 떨어지고 최근 서버 D램 불량 이슈로 인한 기회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전략 수정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삼성이 공급량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후방 산업계에선 이와 정반대 상황을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평택 2층 공장 내 6만장 규모 D램 설비가 들어와 있고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하반기 예정돼 있었다”면서 “그러나 하반기 투자가 내년으로 밀린 점, 그 외 전환투자 소식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확대 우려는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 같은 다양한 상황을 언급하며 “삼성전자가 여전히 수익성 위주 D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 둔화로 부품이 전사 이익을 견인해야 한다”면서 “거위 배를 조급하게 가르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