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수 파더메이드 대표는 2년 전 10년 동안 잘 다니던 게임사를 그만두고 1인 개발을 시작했다. 파더메이드로 회사 이름을 정했다.
직역하자면 '아빠표' 정도 되는 회사명에 이 대표가 하고 싶은 일의 의미를 담았다. 결혼을 하고 딸을 낳고 육아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어느 날 아내가 “당신이 만드는 게임은 우리가 같이 하기 어렵다”고 말한 순간 창업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딸 아이와 함께 즐기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이 가진 부정적 편견을 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파더메이드가 2017년 출시한 '동물의 정원'은 올해 2차 이달의 우수게임상을 수상했다. 동물의 정원은 숲 속 동물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졸업시키는 게임이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와 교감한다. 이 대표가 딸을 키우며 겪은 경험과 감정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 게임은 짧은 플레이 타임에 만남과 감정의 교류 그리고 이별까지 담았다. 어린 동물 친구들을 돌보며 생명의 소중함과 상호관계 중요함을 생각하게 한다.
졸업한 동물 친구는 가끔 특별한 계기로 다시 만날 수 있다. 일본 전시에서는 성인 관람객이 게임 도중 펑펑 울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큰 기대를 건 것은 아니었지만 시장 반응도 꽤 좋았다. 2017년 10월 출시 후 대만 시뮬레이션 카테고리 1위, 싱가포르, 대만, 홍콩, 한국, 일본 가족 카테고리 1~2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직장인으로 돈버는 것을 '밥을 먹는 것'에 비교했다. 그는 “식사를 하는 것은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행위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것만 꼭 괜찮은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1인 개발과 창업을 하면 아무래도 직장을 다닐 때보다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시장 장르 확립이라는 신념을 갖고 일하는 만족감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대전제를 유지할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1인 개발에서 벗어나 팀으로 개발을 하고, 또 팀 개발을 유지할 수 있는 상업성도 갖추어 나가는 것이 다음 목표다.
이 대표는 “시장이 성숙해지면 다양한 장르가 성장하기 마련”이라면서 “한국은 유독 선호되는 게임 장르도 좁고, 게임 인식도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게임시장도 이제 성숙해진 만큼, 가족게임 시장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즐겁게 가족이 게임을 같이 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