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업자가 5세대(5G) 장비 중간평가를 시작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외 장비 제조사 간 자존심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에 이달 말 5G 장비 개발확인시험을 요청했다. 성능시험(BMT)으로도 불리는 개발확인시험은 일종의 중간평가다. 제조사가 제안요청서(RFP)에 맞춰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지, 기본 성능과 기능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는지 등을 평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이달 말부터 개발확인시험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 왔다”면서 “개발확인시험은 여러 제조사가 참여한 가운데 이뤄지는 것으로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등 RFP를 받은 주요 제조사가 모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늦어도 다음 달 초부터 개발확인시험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파수 대역별 신호 안정성이나 속도, 5G 기지국 데이터부문(BBU, LTE의 DU에 해당)과 무선부문(RFU, LTE의 RU) 간 인터페이스, 기지국 소프트웨어(SW)의 원활한 작동 여부 등 포괄적 평가가 진행된다. 빔포밍과 다중안테나(Massive MIMO) 등 성능평가도 예상된다.
평가 결과가 수준 미달이면 중도 탈락하는 제조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개발 수준과 기술력을 처음 공식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준비한 것을 모두 선보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 장비업체 임원은 “중간평가지만 이통사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면서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3.5㎓ 대역에서는 제조사 모두 상용화 수준 성능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화웨이 역시 국내 이통사 환경에 맞춰 소프트웨어 등을 수정해야 한다. 모든 제조사가 프로토타입(시제품) 수준 장비를 공개하되 향후 개발 방향성 제시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다.
28㎓ 대역은 3.5㎓ 대비 한발 앞선 수준 장비와 성능 구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고정형 무선접속(FWA) 방식으로 연내 5G 상용화 예정인 미국 버라이즌 덕분이다. 대부분 제조사가 버라이즌에 맞춰 28㎓ 대역에서 개발을 진행해온 만큼 상용화 수준에 가까운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T와 LG유플러스 개발확인시험 등 상용화 일정도 SK텔레콤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3사가 내년 3월 5G 동시 상용화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앞서 KT는 지난달 사전 개발확인시험(Pre-BMT)을 마쳤고 LG유플러스도 지속적으로 제조사와 개발 현황을 논의하고 있다.
3사는 개발확인시험을 마치고 9월 전후로 장비 공급사를 선정한다.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 현재와 미래 기업 관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화웨이 선정 여부, 제조사별 공급 비중과 지역 할당이 최대 이슈다. 삼성전자 공급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화웨이 장비가 도입되면 가격 협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비 선정이 끝나면 개발검증시험(DVT)이 이어진다. 신규 기지국에 설치할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검하는 절차다. 망 구축은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시작된다. 망 구축 후에는 단말과 연동시험 등 상용화 테스트가 진행된다.
〈표〉5G 상용화 일정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