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기본구상을 '아이디어'가 아닌 실제 도시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콘텐츠를 마련해 연말까지 시행계획을 수립한다. 자유로운 실험 공간 제공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와 '용도지역 없는 도시계획' 도입을 추진한다.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공공 선제 투자도 검토한다.
기본구상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시행계획은 상당한 보완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구상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우리나라 생활방식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 에코델타시티의 '친환경 물 특화도시' 콘셉트는 당초 수자원공사가 계획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보완한 시행계획에 따라 내년 실시 설계에 들어간다. 내년 상반기 내로 착공해 2021년 말에는 입주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시티 종합선물세트, 실현 가능할까? = 세종 5-1 생활권을 대표하는 개념은 '공유자동차 기반 도시'다. 개인 소유 자동차는 생활권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주차하고 내부에서는 자율차·공유차·자전거를 이용하는 개념이다. 단지 안에 주차를 하지 못하면 입주민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 과연 실제 도시에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일례로 음주 후 대리운전을 통해 귀가하는 주민은 단지 외곽에 주차를 한 후 수십 분을 걷거나, 대리운전 기사를 다시 불러 공유자동차를 이용해 귀가해야 한다. 무인 자율자동차를 활용한다고 해도 수요공급을 맞추기 힘들다. 자율차 기술개발 수준과 운행 대수를 고려하면 2021년 말 입주 시점의 무인차 활용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같은 문제점을 연말 나오는 기본계획에서 해소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당장 내년부터 설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교통·에너지 콘셉트 외에도 백지상태에서 세계 최고의스마트시티로 불릴 만한 서비스들을 대거 내놔야 한다.
정재승 MP는 모밀리티·헬스케어·에너지환경 등 4대 핵심요소를 강조했다. 응급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드론을 먼저 보내 상황을 파악하도록 하는 서비스 등을 제시했다. 해외 도시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특화된 서비스들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에서는 물관리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한국형 물순환 도시 모델로 조성하고 관련 기술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해 스마트시티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연구개발 및 실증을 지원한다는 안이다. 시민·전문가가 가상공간에서 도시를 미리 체험해 보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추진한다. 7대 핵심 콘텐츠를 내세웠지만, 세계적인 스마트시티를 대표할 만한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 해소도 추진 =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서비스와 함께 스마트시티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규제 해소다.
국토교통부는 국회 발의된 스마트도시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응급 상황에서 드론을 먼저 급파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드론 승인 관련 규제가 해소돼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되면 스마트시티 구역 내에서는 규제 적용을 유예하고,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주거공간과 사업 공간이 융합될 수 있도록 '용도지역' 문제도 해결한다. 이렇게 될 경우 주거용이었던 공간을 스타트업이 상품 제작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 예산은 프로젝트 단위별로 = 정부는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공이 선제 투자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투입 예산 300억원(총 예산 500억원)이상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 때문에 개별 프로젝트로 운영할 계획이다. 디지털트윈, 데이터·인공지능(AI) 센터 조성 등 시범도시 선도사업 추진과 기업유치 및 실증지원 등 산업 생태계 기반마련, 국제협력 지원 등 관련 예산 지원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미래 기술변화에 따른 잠재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임대 등 유연한 토지공급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의 기존 R&D 프로젝트 실증을 세종·부산 시범도시와 연계하는 안도 추진한다.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기존과 같은 공공사업 시행자 발주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의 시범도시 투자를 위해 컨소시엄 구성 및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과 같은 다양한 참여 기회도 마련한다.
또 최저가 낙찰제에서 탈피해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적정가격 최상물품 입찰이나 경쟁적 대화방식 등 다양한 구매방식도 활용할 계획이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오늘 국가 시범도시 기본구상은 추후 민간기업과 시민, 전문가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의의를 지닌다”면서 “앞으로 기본구상을 보완·발전시켜 공공과 민간 등 주체별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시행계획을 연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