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27.핀테크, 중국 사례로 한국 스타트업 길을 엿보다

27. 핀테크, 중국 사례로 한국 스타트업 길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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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우리나라 설과 유사한 중국 춘제 시기가 되면 중국 언론에 '홍바오 전쟁'이라는 키워드 기사가 눈에 많이 띈다. 홍바오는 우리말로 빨간 봉투인데 중국에서는 춘제에 아랫사람에게 세뱃돈처럼 돈을 홍바오에 넣어서 주는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뱃돈을 모바일 계좌이체로 해준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13억 인구가 춘제 당일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송금하는 건수는 200억건에 달한다. 이 200억건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반분하는데 서로 홍바오 송금을 유치하는 광고 전쟁을 벌인다고 해 홍바오 전쟁이라 불리운다.

하루에 세뱃돈 200억건을 모바일 핀테크 기반으로 송금시키는 중국은 모든 O2O 분야에서 핀테크가 활성화돼 있다. 중국을 다녀온 사람은 잘 알겠지만 지갑을 잃어버린다 해도 스마트폰에 위챗페이, 알리페이만 깔려 있으면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만약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간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먹거리, 교통수단, 숙박, 각종 생활서비스 등 모든 것이 이 2개 간편결제 앱에 모두 녹아져 있다. 최근에는 개미금융과 기부 등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돈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 외환거래 또한 자유롭다. 실제 해외에 돈을 보낼 때 알리페이를 활용하면 번거로이 은행 갈 일도 없다.

이러한 핀테크 탄탄한 기반이 중국 스타트업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위챗페이는 중국인이 한국 카카오톡처럼 사용하고 있는 위챗과 결합이 돼 있다. 위챗은 채팅 앱 내에 펑유취엔이라는 일상을 공유하는 타임라인이 있는데 콘텐츠 도달률이 높아서 기업형 커머스 서비스인 공중하오로 발전했다. 이 공중하오가 바로 위챗페이와 결합돼 많은 스타트업이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했을 때 앱을 대신한 가성비 높은 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해준다. 위챗페이는 중국인이 습관처럼 쉽게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또한 서비스 개발 이후 투자회수가 빠르다. 보통 한국 스타트업이 앱 개발을 하고 나서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써서 발전한다면 중국의 많은 스타트업은 앱 개발 대신 간편하게 공중하오에 서비스를 올리고 전 중국인이 사용하는 위챗 내 타임라인에 공중하오 콘텐츠를 퍼트려 매출을 올린다.

2014년에 설립된 디엔잉이라는 스타트업은 중국 쇼핑몰마다 서비스하는 극장 예약시스템을 공중하오에 모으기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많지 않은 자본으로 수십억대 회사 가치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공중하오 위력은 대단했다. 여러 사람이 디엔잉으로 예약한 영화 정보를 자신의 위챗 타임라인에 공유했고 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현재 중국 전체 영화예약 30% 가까운 트랜잭션을 차지하게 됐다. 이들은 앱 개발을 하지 않았다. 위챗 오픈 API에 기반한 공중하오에서 큰 투자 없이 차츰차츰 서비스를 키워갔고 회사 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디엔잉 외에도 중국에서 웨이신 상이라고 불리는 스타트업 기업은 수천만개로 집계되고 모두 가성비 높은 커머스 인프라에서 선순환하는 성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창업 환경에서도 충분히 고민해보고 벤치마킹해볼 만한 사례다. 서비스 개발은 스타트업에 맡기고 대형 플랫폼 기업은 건전한 오픈 API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자리 잡게 된다면 한국 스타트업 환경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