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성 박테리아로 병원균이 만드는 '생물막'을 분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생물막을 제거하는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총장 정무영)는 로버트 미첼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포식성 박테리아 '벨로(BALO)'가 그람양성균이 만든 생물막을 분해하고, 이를 영양분으로 포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우리 몸이 상처를 입거나 감염됐을 때 세균들은 집단을 이뤄 생물막을 형성한다. 단백질, 지질 등으로 구성된 이 생물막은 항생제 내성을 높이고 약효를 막아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이어진다. 감염질환 치료는 이러한 생물막 제거가 필수다.
그람양성균은 그람염색법에서 보라색을 띠는 세균으로 폐렴균, 포상구균, 연쇄상구균, 탄저균, 나병균, 디프테디라균, 파상풍균 등을 말한다. 그람음성균은 붉은색을 띠며 살모넬라균, 이질균, 티푸스균, 대장균, 콜레라균, 임균, 수막염균, 스피로헤타 등이 대표적이다.
벨로는 그람음성균을 잡아먹고 살아가는 박테리아다. 해로운 병원균을 잡아먹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특성을 지녀 '살아있는 항생제'로 불린다.
하지만 그람양성균에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벨로의 새로운 생리학적 특성을 규명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미첼 교수팀은 대표적 그람양성균인 포도상구균을 이용해 벨로와 다양한 상호작용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포식성 박테리아 '델로비브리오 박테리오보루스 HD100'이 단백질 분해효소로 포도상구균이 만든 생물막을 분해하고 이를 영양분으로 삼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영양분을 충원한 벨로가 전보다 더 활발하게 그람음성균을 잡아먹는다는 사실도 밝혔다.
미첼 교수는 “기존 그람음성균은 벨로 자체로 대응하고, 그람양성균은 벨로를 이용해 생물막을 제거한 뒤 항생제 등을 투여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면서 “감염치료에서 벨로의 활용범위 확대는 물론 향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도 많을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