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온라인 약식 정책서' 유통 경로… 방통위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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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밴드·온라인 커뮤니티·카카오톡 등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휴대폰 판매 근원인 이동통신 3사 온라인 약식 특별 마케팅

온라인 약식 정책서는 총 11단계를 거쳐 소비자 휴대폰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여러 단계를 거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조사에는 적발되지 않고 있다. 온라인 불법 판매 모니터링 허점이 분명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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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는

이통사는 온라인 약식 정책 문서 작성 이전 특수마케팅 관리 대리점(특마 대리점)을 선정한다. 온라인 대리점에 전달하는 정책 문서에는 기기변경·번호이동 장려금 규모가 상이하게 담겨있지만, 모든 온라인 대리점이 동일하게 받을 수 있는 '기본 장려금 단가'를 포함했다.

이통사는 문서를 대리점에 전달한 이후 이메일·구두를 통해 추가 장려금 규모를 안내한다. '히든+10'이라고 적어 보낸 경우에는 기본 단가에 더해 10만원을 추가 장려금으로 주겠다는 의미다. 대리점 규모가 크면 클수록 히든 금액이 높아지는 방식을 유지했다. 히든 금액은 10만원부터 6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통사로부터 기본 단가와 히든 정책을 모두 전달 받은 온라인 대리점은 다시 하위 판매점으로 정책을 분배한다. 규모가 큰 대리점은 다수 판매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 확장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다. 온라인 유통 채널에 이통사 약식 정책이 퍼져나가는 첫 번째 과정이다.

내용을 전달 받은 판매점은 일반 오프라인 매장보다 월등히 높은 불법 지원금을 책정, 휴대폰 구매 가격을 온라인에 게시한다. 밴드·커뮤니티 및 애플리케이션(뽐뿌·빠삭·천리마 등)·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단말기별 정책 단가를 공지, 수십 명에서 수백 명 가입자를 한꺼번에 모집한다. '치고 빠지기'가 가능한 온라인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4월 인천에서 760여명 피해자가 속출한 '아이폰X 페이백 사건' 역시 온라인을 통한 가입자 모집에서 비롯됐다.

판매점이 제시한 단말기 구매 조건에 소비자가 만족 의사를 표시하면 본격 구매 단계로 넘어간다. 이에 앞서 판매점은 소비자 신상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치는데, 직장인일 경우 명함을 촬영해서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사본을 즉시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혹시 모를 증거 수집에 걸려들 수 있기 때문에 명함 확인 절차를 포함한다.

판매점은 개인정보 확인을 마무리한 후 소비자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매장·오피스텔 등 방문 위치와 시간을 안내한다. 판매점은 소비자 대면 이후 녹취 여부 등을 확인하고 가입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받는다.

가입절차는 일반 매장과 전혀 다른 방식이다.

판매점은 소비자 개인정보를 △SK텔레콤 가입자는 'T게이트' △KT 가입자는 'K노트' △LG유플러스 가입자는 '온세일'이라는 웹사이트에 기록한다. 일반 대리점에서 사용하는 전산과 다르다. 이통사가 각 대리점마다 지정한 특정코드를 알아야만 해당 웹사이트 로그인이 가능하다.

소비자 개인정보 입력까지 마무리되면 대리점은 웹사이트 가입 내용을 확인한 후 개통 가능 시간을 안내한다. 주로 오후 5시 이후에 개통이 이뤄지며, 당일 개통자가 많은 경우에는 다른 날로 개통을 미루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대한 방통위 눈에 띄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순감·순증을 조절이 필요할 때 개통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소비자는 온라인 약식 정책에 따라 휴대폰 개통을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눈 뜨고 당한 방통위

이통사 온라인 약식 정책 문서 진위 여부가 확인되면서 규제기관인 방통위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신세'가 됐다.

이통사는 휴대폰 불법 상황반을 가동, 번호이동이 갑자기 늘어나면 방통위에 보고하는 식으로 온·오프라인 시장과열을 막았다. 야간에는 온라인 상황반을 한시적으로 운영, 감시를 강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상황반에는 방통위 산하기관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관계자가 항상 입회했다.

이통사는 자체 모니터링 채널을 통해 집단상가 등 불법 판매 증거 수집도 꾸준히 했다. 오프라인에서 불법 판매가 적발되면 수 백 만원 패널티를 부과하고 일정 기간 동안 단말기를 공급하지 않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했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점이 이통사에 항의하는 사례도 잦았다.

사실상 이동통신 시장 불법 모니터링에 이통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곳은 없다. 방통위 사실조사가 개시되기 이전까지 사실상 유통망 모니터링은 이통사 몫이나 다름없다. 특별마케팅 정책 문서를 만들어 온라인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불법을 조장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시장안정화를 꾀하는 식으로 방통위 눈을 교묘히 피했다. 단속 정보에는 가장 빨랐다.

이같은 이유로 방통위는 그동안 온라인 불법 판매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밴드·커뮤니티·SNS 등 불법 판매를 근절하지 못했다. 온라인 약식 정책을 뿌리 뽑지 못하는 한 이용자 차별 행위가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통사 관계자는 “온라인 약식 정책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판매 방식”이라며 “대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약식 정책이다보니, 방통위 입장에서는 온라인보다 집단상가나 일반 판매점 단속에 집중하는 게 용이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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