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Fintech) 산업 메기로 불리던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 규제에 가로막혀 수면위로 숨만 쉬는 '붕어'로 전락했다. 정보기술(IT) 기반 비대면 채널로 전통금융사 서비스를 뛰어넘게 하겠다는 정부 약속도 허언에 머물렀다.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은 꿈도 꿀 수 없는 암흑의 규제 터널에 갇힌 양상이다.
I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현행 지분 보유 규제 완화 논쟁만 지속된다.
은산 분리 완화가 핵심이다.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한도(현 4%)를 얼마나, 어떻게 빗장을 풀지 실행방안을 놓고 끊임없는 논란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회에 여야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만 5건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산업자본의 지분을 34~50%까지 높여 주자는 내용과 함께 별도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담겼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발을 빼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는 재벌이 은행업까지 진출하는 것은 독과점체제 산물이라고 반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이유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은 정보기술(IT) 기업과 산업 자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산 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빈껍데기 은행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현행 은행법상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산업자본 유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취지는 인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벼룩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역효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한 핵심 규제인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데 앞장서야 하지만 국회 핑계만 대고 발을 빼고 있는 형국이다. 대안은 없고 법안 통과만 기다리는 무기력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핀테크 등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금융권을 자극하기 위한 메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시절 일부 반대 속에서도 관련법을 적극 해석해 출범을 승인, 출범 1년을 넘었다.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출시하며 전통 금융사를 긴장시키는데 성공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자본력이 발목을 잡았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증자에 나선 이유다. 이 또한 은산분리 규제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푼돈 증자에 그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그러는 사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초기 목표로 했던 다양한 신사업은 손도 못 대고 있다. 자본금 문제로 금리나 수수료 우대 정책도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조기 안착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 확충은 필수다. 이를 위해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정부가 나서서 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보유 한도를 34∼50%로 늘려주는 은행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