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를 국내 시장에 투입했다. 이쿼녹스는 10년 간 판매된 '캡티바'를 대신해 한국지엠 대표 중형 SUV 자리를 맡게 됐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 SUV 시장에서 '생존'과 한국지엠 '부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이쿼녹스는 미국 감성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에게 달려왔다.
이쿼녹스는 지난해 미국 SUV 시장에서 5위를 기록한 쉐보레 브랜드 '베스트셀링' SUV다. 경쟁 차량으로는 닛산 '로그', 혼다 'CR-V', 토요타 '라브4', 포드 '이스케이프' 등 각 브랜드 대표 SUV다. 국내에서는 싼타페, 쏘렌토, QM6 등과 경쟁한다. 한국지엠은 파워트레인(동력성능) 기본기를 앞세워 중형과 준중형 사이 애매한 차급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쉐보레 이쿼녹스 프리미어 4륜구동 풀옵션 모델을 타고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경기도 파주시를 다녀오는 총 90㎞ 구간을 시승했다. 이번 시승은 고속화도로 구간이 90% 이상 차지했다. 때문에 고속주행 안전성, 연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을 중점적으로 알아봤다.
이쿼녹스 첫인상은 차가운 도시 남자 같았다. 쉐보레 패밀리룩인 '듀얼포트' 그릴과 직선을 주로 사용한 전면부가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었다. 날카로운 헤드램프는 LED로 구성돼 세련된 인상과 함께 뛰어난 성능을 동시에 갖췄다. 헤드램프 주변에는 펜촉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DRL)이 자리잡고 있다.
측면부는 전형적인 SUV다. 면을 볼륨감있게 처리해서 실제 수치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운전석 문에 박혀있는 'EQUINOX' 레터링 역시 쉐보레 다른 차량과 동일한 다지인이다. 이는 모델명을 알려주는 동시에 다소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문을 장식해준다. C필러(좌석과 트렁크 사이의 기둥)는 적당한 두께로 제작돼 안전성과 심미성을 두루 갖췄다. 다만 차량 휠하우스가 다소 크게 만들어져서 19인치 휠·타이어가 작게 느껴졌다.
뒷모습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이다. 노란색 쉐보레 십자가 마크와 빨간 테일램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뒷범퍼는 차체 크기 대비 작게 제작돼, SUV보다는 CUV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트렁크 높이는 성인 무릎과 허리 사이에서 시작돼,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다. 프리미어 차량에는 전동식 자동 테일게이트가 적용돼, 키를 소지하고 뒷범퍼 아래부분에 발을 갖다대면 자동으로 열렸다.
실내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쉐보레다. 이쿼녹스 실내는 중형 세단 '말리부'의 실내 디자이너가 손을 데면서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석이 동일한 느낌을 주는 '듀얼콕핏'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에 위치한 8인치 터치스크린은 적당한 각도로 누워있어 빛이 비치는 것을 방지하면서 운전자 시야에도 잘 들어왔다. 내장재 마감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돼있지만 사람 손길이 닿는 부분에는 가죽과 우레탄이 적절히 섞여있다.
가죽 시트는 적당히 단단한 편이다. 온열과 통풍이 모두 제공되고 전동식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요추 받침이 운전석과 조수석에 모두 제공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어깨 폭이 좁아서 덩치가 큰 사람들에게는 다소 작게 느껴질 것 같다. 덩치가 작은 남성이나 여성 운전자의 경우 오히려 안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2열공간은 대체적으로 여유롭다. 4륜구동 모델임에도 2열 중간 좌석 발공간이 평평하게 돼 있어 3명이 앉기 충분했다. 공조기 부분에는 200V 콘센트, USB 포트 2개, 12V 아웃렛 등 전자 제품 이용을 위한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있다. 시트는 1열보다 좀 더 단단한 느낌이다. 열선이 적용돼 겨울에도 따뜻할 것 같다. 다만 시트 각도가 다소 서있어서 장거리 주행 시 피로감이 우려된다.
이쿼녹스는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m 힘을 내는 1.6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파워트레인이 다소 빈약해 보이고 한다. 하지만 공차중량이 1645㎏에 불과해 실제 주행에 큰 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시속 80㎞ 이상 중고속 영역에서는 꾸준히 밀고 나가는 힘이 좋았다. 전체적인 주행 질감은 부드러운 편이었다. 저속 구간에서는 빠르게 치고 나가지는 못해도 답답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적당한 가속감이었다.
이쿼녹스는 일반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보조시스템(LKAS),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 햅틱시트,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등 다양한 ADAS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 세팅으로 실제 주행에서 기대 이하 성능을 발휘했다. 특히 LKAS의 경우 차로를 유지하기보다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때문에 곡선 구간에서는 차량이 차선을 넘어가기도 했다. 경쟁 모델들이 부분자율주행에 가까운 ADAS를 장착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컸다.
이번 시승을 마치고 이쿼녹스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남성보다 여성을 위한 차량이라는 것이었다. 외관을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주행 성능이나 질감, 차량 옵션 등이 여성 운전자에게 유용한 것들이 더욱 많았다. 풀옵션 기준 4000만원이 넘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편안하고 안전한 차량을 찾는 여성 운전자에게 제격인 것 같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