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병원 산업구조와 제도 속에서 기술 사업화 성공 가능성은 낮습니다. 장기 관점에서 투자와 병원 내 사업화 전담 기구 설립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박민수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은 우리나라 병원 기술 사업화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걸음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핵심 기관인 병원을 키우지 않으면 경쟁력 확보도 어렵다.
박 단장은 “최근 의사나 연구자가 논문만 써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특허출원이나 기술이전, 창업이 활발하다”면서 “하지만 실제 기술이 상업화로 이어지는 사례와 창업 건수를 보면 선진국과 비교해 걸음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병원마다 특허등록 건수는 넘쳐나지만 상용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다. 실질적으로 환자에 도움이 되거나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게 아닌 개인적 욕구나 순수 연구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나 기술을 사장시키지 말고 사업화로 이끌 동력이 필요하다. 의료기술지주회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술지주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대학마다 복수 기술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하다. 기존 대학 소속 설립된 기술지주회사가 있는데, 추가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두고 내부 갈등이 있다.
박 단장은 “병원을 위한 추가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지만 대학에서 반대한다”면서 “대학과 병원이 별도 기술지주회사를 운영하는 게 도움이 되지만 자원이 분산된다는 우려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기술지주회사 장점은 병원 내 창업기업을 자회사로 두면서 체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의료인이 창업하면 행정, 마케팅, 재무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 진료, 연구 등 업무가 많은 의료인에게 기술지주회사는 지원군이 된다.
의료기술지주회사는 투자 선순환 구조 고리가 된다. 병원은 비영리기관인 관계로 수익 축적이 금지된다. 잉여 자금을 활용한 재투자가 원천적으로 어렵다. 의료기술지주회사로 수익을 축적하고 다시 연구나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
박 단장은 “병원이 의료기술지주회사 통해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서 “진료 외 수익창출이 어려운 병원에게 의료 서비스는 물론 연구, 사업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10년 들어 산병협력단 설립을 요구하는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진다. 대학 내 추가 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이 아닌 자체 기술사업화 전담기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산병협력단이 허용되면 다른 단과대학에서도 같은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대학, 병원, 기업이 협업해 성공적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제도 개선 논의를 지속하되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사업화에 투자하는 관점 전환도 필수다.
박 단장은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2~3년 안에 성과를 도출하려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현재 사업화 씨를 뿌리는 단계인 것을 감안해 좋은 기술을 확보하는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