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개최 이후 국내 산업계에도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업체들은 '3통(통관, 통행, 통신)' 개방에 따라 가장 앞서 역할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관련 조직 정비와 전략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KT는 구현모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을 '남북협력사업개발태크크포스(TF)장'으로 임명하고 북한 통신망구축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전반의 구축을 준비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내부 조직에 대북사업 관련 역할을 부여하고 사업 준비에 돌입했다.
통신은 남북 경제협력 과정에서 필수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개성공단 내 남북 연락사무소 등 기초적인 연락 사무부터 철도, 도로망 등 인프라 구축 과정에 통신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향후 북한 개발 과정에서 스마트시티와 스마트공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미리 준비 중이다.
소재·부품 업계는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면 북한의 싼 인건비와 풍부한 지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관계자는 “북한은 우리와 언어가 통하고 손 기술이 좋은데다 임금 수준이 베트남보다 저렴해 여건만 된다면 북한에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제적으로 준비에 나선 곳도 있다. 포스코켐텍은 북한 자원 전문기관에 조사연구 용역을 맡기고, 원료·재무·투자 조직을 중심으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내화물 원료로 사용되는 마그네사이트는 북한 내 매장량이 30억톤으로 세계 2위다. 이차전지 음극재 원료인 흑연도 200만톤가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산지인 중국의 환경 규제로 가격 변동과 수급 문제가 있었던 만큼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SW)와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는 대북 정보화 사업 협력 가능성에 주목한다. 과거 금강산 관광처럼 북한 내 한국 기업과 정부 진출이 활발해지면 관련 정보시스템 구축도 동반될 것이라 기대한다.
의료 부문도 협력 기반 마련에 착수했다. 인도주의 지원을 시작으로 경제협력 물꼬를 튼다. 실제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은 사상 처음으로 통일의학 사전을 만들어 북한 의료기관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관련 업계도 정부가 북한에 의약품 무상 지원 요청을 할 경우에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다.
항공업계는 남북관계가 급격히 좋아지면서 기대가 큰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북한과 영공 통과 논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러시아, 미주, 동유럽 일부 노선의 경우 북한 영공을 돌아서 운항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운항시간이 최대 1시간가량 늦어지고, 연간 운영비용도 150억원가량 더 들어가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상대적으로 남북경협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북방TF'를 구성해 대북경협 사업을 준비해왔다. 북방TF는 현재 폐쇄된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다시 식음료 제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 1997년 초코파이 생산투자, 1998년 공장 설립 등 추진했다가 무산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남북경협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2015년부터 구성한 통일경제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북한 근로자 55만명 채용을 통한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북한 경제 개발 활성화 구상까지 마련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도 경협에 품는 기대가 크다. 개성공단에 두고 온 시설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에 이미 방북 신청을 해두고 기다리는 상태다. 입주기업 96%가 공단 재개 시 재입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주기업 업종별 대표 15명으로 구성된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가동이 재개되면 바로 공장을 돌릴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다만 남북 관계 경색으로 갑자기 가동이 중단된 전례가 있어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자업계는 남북경협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남북 관계와 미국, 중국 등 관련 국가들의 정세 변화를 주시하고, 향후 구체적인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LG전자도 좀 더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 역시 당장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마련한 상태는 아니다. 글로벌 공장 생산능력이 80% 수준에 불과해 북한에 신규 공장을 건립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또 판매망 확충의 경우에도 북한 도로, 주유소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