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웨이퍼 '쇼티지'가 확실시된다. 가트너는 올해와 내년에도 웨이퍼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 쇼티지에서 올해 1%로 다소 풀리지만 2019년 3%, 2020년에도 약 2%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3D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와 파운드리업계가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모리가 당분간 호황을 이어 갈 것이라는 낙관이 가능하다.
'반도체 굴기'를 앞세우며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도 발목이 잡혔다. 쇼티지가 이어지면서 중국 주도 반도체 생산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양산 수율에 도달하지 못한 데다 노하우가 필요한 반도체 공정은 숙성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웨이퍼 물량까지 충분하지 못한다면 반도체 굴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국내 산업계에는 청신호다. 웨이퍼는 메모리와 달리 세계 시장에서 국내 업체 비중이 높지 않다. 지난해 세계 웨이퍼 시장은 6개 업체가 주도하다 '5강' 체제로 재편됐다. 일본 신에츠와 섬코가 각각 27%, 26% 점유율로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미국 선에디슨을 인수해 3위로 도약한 대만 글로벌웨이퍼스가 17%, 독일 실트로닉이 13% 수준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SK실트론이 9%로 간신히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SK실트론이 과감하게 중국과 손잡아 새판을 짤 수 있는 기회다. 중국은 웨이퍼 공급처 확보라는 난제를 해결하고 실트론 입장에서는 불황기에도 수요처 안정 확보라는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잠재 경쟁자인 중국 메모리업체를 견제하는 간접 효과도 예상된다. 국가 차원에서도 반도체 수출 효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웨이퍼도 마찬가지다. 웨이퍼 시장도 지난해까지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호황기에는 불황기를 대비해야 한다. 포토폴리오 다양화가 그나마 상책이다. 실트론 입장에서는 전략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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