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이 유통업계 군계일학으로 떠올랐다. 덩치(취급액)와 내실(영업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수년째 정체기에 빠진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물론 최근 급성장한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세를 압도한다.
지난 1995년 방송을 활용한 선진화된 유통 채널을 지향하며 출범한 홈쇼핑은 TV 화면 밖에서 생존을 위한 돌파구를 찾았다. TV에 집중했던 사업 모델을 온라인, 모바일로 확대하며 소비자를 공략한다.
◇엄지족, 홈쇼핑 시장 키웠다
TV홈쇼핑 업계는 모바일 채널을 공략하는데 주력한다. PC와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한 10~30대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과 모바일 앱으로 쇼핑을 즐기면서 잠재 고객인 TV 시청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 모바일쇼핑 소비자 계층을 겨냥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신규 수요 확보에 공을 들인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홈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비중은 29.2%다. 업계에 모바일 쇼핑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한 2012년 1.2%와 비교하면 괄목할 수치다. 지난해는 35% 수준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명 중 3명 이상은 TV홈쇼핑 상품을 모바일로 구매하는 셈이다.
GS홈쇼핑은 지난 1분기 처음으로 1조원 이상 분기 거래액을 기록했다. 모바일 비중이 전체 거래액 중 약 40%를 차지하면서 핵심 판매 채널로 자리 잡았다. 고객 쇼핑 패턴과 최신 트렌드를 분석해 개발한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인 덕이다.
회사는 모바일 전용 생방송 '심야라이브' '초대라이브' 등 다양한 시도가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GS홈쇼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은 1분기 기준 다운로드 3300만건으로, 업계 최다를 기록했다.
홈앤쇼핑은 지난해 전체 거래액 중 80%를 모바일 앱에서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p가량 늘리며 압도적 모바일 강자 위치를 다졌다. 2013년 앱 출시 이후 줄곧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펼치며 서비스 확산에 힘을 쏟은 결과다. 홈앤쇼핑은 TV에서 소개한 상품을 모바일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면서 앱 접속률을 끌어올렸다. 내부에 모바일 영업·상품본부를 신설해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이며 모객 효과를 높였다.
CJ오쇼핑 작년 모바일 거래액은 9519억원(25%)으로 집계됐다. 모바일 채널에서 판매하는 TV 상품 수요가 늘면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모바일 라이브방송 '쇼크라이브'가 호평을 받으면서 접속자를 끌어들였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모바일 거래액 비중은 각각 27%, 24%로 집계됐다. 자체 모바일 앱은 물론 다양한 제휴 쇼핑몰로 판매 범위를 확대하면서 접근성을 높였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이완신 대표 부임 이후 콘텐츠개발 부문을 신설해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하며 규모를 키웠다.
NS홈쇼핑과 공영홈쇼핑은 나란히 모바일 거래액 비중 20%를 넘어섰다. 각지 식재료와 가정간편식(HMR) 등 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사업자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형마트, 종합 온라인몰 등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해 모바일 전용 상품을 확보하고 전용 이벤트를 실시하며 구매 수요를 확보했다. 양사 모바일 비중은 올해 30%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혁신, 홈쇼핑 주문 늘린다
홈쇼핑 업계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쇼핑 환경에 접목하는데 속속 나서고 있다. 고객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맞춤형 쇼핑 서비스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서비스 고도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이 TV홈쇼핑 전략 채널로 부상하면서 구매자 수고를 최소화하는 '무노력 쇼핑(Zero-Effort Shopping)'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업계 경쟁이 뜨겁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3월 AI 기반 챗봇 '샬롯(Charlotte)'을 선보였다. 1대 1 문의는 물론 방송 편성 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음성쇼핑, 상품추천, 고객서비스(CS) 처리, 자동 편성 시스템 등으로 활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고객이 검색한 상품을 기반으로 연관성 있는 상품과 스타일까지 추천하는 '상품 추천 서비스'과 업계 최초 'AI 기반 이미지 검색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일용 롯데홈쇼핑 방송본부장은 “AI,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 쇼핑서비스로 고객 일상에 가치를 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홈쇼핑은 KT와 손잡고 자사 T커머스 채널에서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피팅 서비스를 구현한다. 리모컨을 조작해 3차원 모델 및 아바타에게 의류 등을 입혀 볼 수 있는 체험 서비스다. 기존 홈쇼핑 방송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상품 질감과 스타일 등을 현실감 있게 재현한다. 앞으로 뷰티, 잡화, 식품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T커머스 'K쇼핑'을 운영하는 KTH는 AI 스피커를 활용한 대화형 쇼핑과 추천 쇼핑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홈쇼핑 업계 처음으로 모든 상품을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는 보이스 커머스를 현실화했다. 올해는 별도 인증수단 없이 음성으로 결제할 수 있는 '보이스 페이' 서비스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AI형 고객 상담 분석 솔루션 'DAISY CS'를 내놓았다. 올해 K쇼핑에서 상용화할 계획이다.
GS홈쇼핑은 빅데이터에 초점을 맞췄다. 고객행동은 물론 외부 변수를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로 예상해 판매 활동에 적극 반영한다. 회사는 지난 2016년 데이터허브를 구축한데 이어 지난해 데이터팀을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데이터팀은 기존 단순 데이터 활용을 넘어 고객행동 분석, 가설베이스 데이터 분석 등을 수행한다. 해당 팀은 2017년 공기청정기와 에어콘 수요를 예측하면서 수익 확대에 공헌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올해 그로스해킹과 데이터분석시스템 기반 디지털 마케팅을 추진해 모바일 채널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모바일, 데이터, AI 기반 혁신이 이루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글로벌 온라인 커머스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