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AI 3강 도약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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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인공지능(AI)은 이제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지난달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세계 10위권 수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고, 이를 산업과 학계에 개방해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단순한 연구개발 정책을 넘어, AI를 국가 차원의 공공 인프라로 다루겠다는 정책적 선언에 가깝다.

다만 AI 경쟁력은 '우수한 모델을 확보하고 보급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기술이 실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검증 기준과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 경로가 함께 설계돼야 하며, 이러한 구조가 부재할 경우 기술 성과는 개별 사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주요국은 AI 성능 경쟁과 함께 공공 컴퓨팅 인프라 개방과 공공 영역 실증을 추진하며, 다양한 주체의 기술 개발과 활용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특정 기업 중심의 기술 축적을 넘어 검증된 기술의 산업 확산을 염두에 둔 정책적 접근이다.

국내에서도 오픈 모델을 기반으로 한국어 특화 성능을 고도화하거나 의료·제조·금융 등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버티컬 AI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기술 접근성이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성과가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에만 의존하지 않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오픈모델로 공개하겠다는 방향은 산업계와 학계의 AI 활용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오픈모델의 공개 자체보다, 어떤 기준과 절차를 통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는지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공공의 신뢰가 확보될 때, 공공 서비스와 행정 영역에서 검증된 AI 모델과 활용 사례가 축적·공개되고, 이는 산업과 시장이 참고할 수 있는 국가적 자산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 개방 역시 중요한 축이다. 공공 데이터는 AI 학습과 검증에 높은 가치를 지니지만, 현재는 활용 가능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전제로 한 표준화된 데이터 개방과 품질 관리 체계가 마련된다면, 기업과 연구자는 보다 안정적으로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공공이 데이터 관리와 제공의 책임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할수록 AI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산업적 활용 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이다.

한편 대규모 AI 모델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해당 성능과 안전성, 데이터의 적정성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다. 현재 고성능 연산 자원과 양질의 데이터는 소수의 기업과 기관에 집중돼 있어 개발뿐 아니라 검증과 평가 과정에서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AI 컴퓨팅 인프라와 신뢰 가능한 데이터 자원을 민간과 연구 현장에 개방한다면, 기술 개발과 검증이 함께 이뤄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AI 경쟁력의 본질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둘러싼 신뢰와 활용의 구조에 있다. 명확한 기준 아래 검증된 기술이 공공을 거쳐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때 국가 경쟁력은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공공이 신뢰할 수 있는 기준과 환경을 마련하고, 산업이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혁신을 이어갈 때 한국의 AI 경쟁력은 보다 안정적인 도약의 경로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2026년은 공공 신뢰에 기반한 AI 확산 구조가 제도적으로 안착하며, AI 3강 도약의 조건이 구체화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두현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dooh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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