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차세대 주전산 시스템으로 IBM 메인프레임을 결정했다. 약 3000억원 규모 사업이다. 당초 유닉스 전환을 예상했지만 인프라 안정성과 인력 문제 등을 이유로 메인프레임 유지에 합의했다. 다만 코어뱅킹 외에 다른 분야는 차세대 x86을 전면 도입한다. 규제가 풀리지 않은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차세대 주전산 시스템 기종을 IBM 메인프레임으로 최종 확정했다. 6월 IBM과 계약을 맺는다. 이달 내로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예산을 확정한다.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보고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유닉스와 메인프레임 시스템 구축비를 비교 검토한 결과 메인프레임 가격 경쟁력이 우위에 있었다”면서 “추가 인력 투입도 최소화할 수 있고, 여러 미래 사업 융합에도 메인프레임 체계 유지에 경쟁력이 있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영진 합의도 마쳤다.
현재 국민은행과 IBM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비용 등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계약은 다음 달 말 체결한다. 업계는 IBM이 파격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메인프레임 유지 결정은 기존 금융권과 다른 전략이다. 다른 은행 상당수는 핵심 계정계를 포함한 모든 부문을 바꾸는 빅뱅 방식으로 차세대 시스템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투 스피드 전략'을 채택했다.
은행 고유 업무인 코어뱅킹 부문은 변화를 최소화, 안전성을 추구한다. 그 외 영역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와 혁신이 가능한 '패스트 스피드' 전략을 구사한다. 이를 국민은행은 '더 K전략'으로 명명했다. 비대면 채널과 글로벌 뱅킹 시스템, 마케팅 허브 시스템을 메인프레임에 융합시켜서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튜닝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더 K전략을 실행하면 다양한 신기술 접목이 용이하고, 신속한 상품과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면서 “타임투 마켓을 현실화하는 클라우드 기반 기술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IBM과 계약이 완료되면 9월께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착수, 2년여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국내 금융권 최초로 애자일 방식을 채택했다. 메인프레임은 유지하지만 개별 업무는 x86 기반으로 전환,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갖추는 전략이다.
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타 금융사가 오래 전에 도입한 유닉스로 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리눅스는 대형 은행 시스템을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면서 “시스템 전환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메인프레임 유지 결정 이유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