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미녀화장품 회사의 신사업 전략 아이디어 회의실은 오늘도 살벌하다. 박 대리며 나 대리며 죄다 뻔한 아이디어만 내기 때문이다. 결국 김 팀장은 “그런 이야기는 초등학생도 할 수 있겠네.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라고 화를 내고 말았다. 도대체 내놓는 아이디어가 왜 다 이 모양인 걸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직원들을 탓할 수는 없다. 리더가 아이디어를 죽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것을 제대로 알고 말하는 거냐”며 무시하거나 “리스크도 크고 돈도 많이 든다”며 비판만 하지는 않았는가 한번 스스로를 돌아다보자. 좋다는 말보다 매번 불만에 찬 피드백만 했다면 당신은 아이디어를 죽이는 킬러일 가능성이 짙다.
물론 아이디어 자체가 별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리더가 매번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부하 직원은 더 이상 기가 죽어서 아이디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기껏 아이디어를 냈다가 욕을 먹느니 아예 입을 다무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래야 중간이라도 간다. 즉 리더가 아이디어를 막는 장벽을 만든 것이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디자인 회사 아이데오(IDEO)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디자인을 1주일에 2개 내놓는다. 언론에서는 최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회사라며 아이데오를 앞 다퉈 칭찬한다. 이들에겐 아이디어를 막는 장벽을 허물기 위한 남다른 방법이 있다.
우선 분위기부터 만든다. 대개 상사 의견에 부하 직원이 좋다 나쁘다를 쉽게 얘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모으는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직급 상관없이 모든 의견이 가치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데오는 아예 호칭이나 상석 등을 없앰으로써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아이데오 회의실을 보면 임직원 구분 없이 다들 편안한 자세로 앉아 마음껏 발언한다.
둘째 괴짜 아이디어에도 힘을 실어 준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아이디어를 막는 주범이다. 아이데오는 회의실에 아예 경고벨을 두고 있다. 누군가 의견을 비판하려 하면 벨을 눌러 경고를 주는 것이다. 이 덕분에 직원들은 이상한 생각이라는 욕을 먹을 걱정 없이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게 된다.
셋째 아이데오는 아이디어를 질보다 양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는 맥주 거품과 같아서 처음에 나오는 게 평상시 그냥 생각하고 있던 것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참신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꺼내기 위해서는 맥주 거품 걷어내듯 평범한 아이디어를 걷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데오는 보통 1시간 회의면 아이디어가 100개는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97번, 98번, 99번째에 진정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포커스된 주제를 던져라. 이는 회의를 주재하는 리더가 신경을 가장 많이 써야 할 부분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결론을 오픈해 놓는다고 해서 시작도 오픈돼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주제를 너무 넓게 잡고 시작하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10시간을 회의해도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기 쉽지 않다.
아이디어 회의는 범위를 아주 좁혀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이데오가 자전거 컵 홀더를 디자인할 때의 상황을 살펴보자. 이들은 아이디어를 모을 때 단순히 자전거 컵 홀더를 디자인하라고 주제를 던지지 않았다. 그 대신 주제를 '자전거 통근자들이 커피를 마실 때 엎지르거나 혀를 데지 않으려면 컵 홀더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요?'라고 구체화해서 시작했다. 이 덕분에 아이데오는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필요한 부분에 관련된 아이디어만 얻어 낼 수 있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아이디어 회의 때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직원들 때문에 고민인가. 그렇다면 스스로가 아이디어를 막는 장벽을 만든 건 아닌지 한번 돌아다보자. 그리고 디자인 회사 아이데오와 같이 이 장벽을 과감하게 허무는 것이다. 어떤 의견에도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는 회의야말로 아이디어의 노다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다이나믹 IGM 응용센터 조은실 주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