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대 넘는' 삼성 지문인식 물량 어디로…韓·中 부품 업체 수주 경쟁

삼성전자가 지문인식모듈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외부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부품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량 규모가 상당해 사업을 확대할 기회가 되는 데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서플라이체인 신규 진입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던 지문인식모듈 생산을 중단했다. 지문인식모듈을 외주화하는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관련 설비 매각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자사 설비를 인수해 지문인식모듈을 생산, 공급할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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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자료: 전자신문DB)

지문인식모듈은 스마트폰에 내장돼 사용자의 지문을 판별하는 부품이다. 모바일 결제나 스마트폰 잠금 해제에 인증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문인식이 스마트폰 핵심 기능으로 부상하자 2013년 자체 생산라인을 갖춰 시장 수요에 대응했다.

지문인식은 당시 시장에 막 등장했던 신기술이었다. 외부에서 부품을 조달하기 어려워 삼성이 자체적으로 설비를 갖춰 생산을 시작했다. 대기업인 삼성은 연구개발과 투자에 여력이 있어 짧은 기간에 제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4~5년이 지난 현재 기술이 일정 수준 보편화되고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협력 기반도 갖춰지자 삼성은 내재화 대신 외부 조달 전략으로 선회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내재화한 지문인식모듈 생산능력은 월 1000만대다. 100% 가동률을 가정했을 때 연간 1억2000만대 모듈을 생산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최대 1억2000만대 규모 지문인식모듈 시장이 생긴다는 의미다. 삼성이 자체 생산을 중단하기 때문에 앞으로 부품을 구매해야 하고, 이는 곧 부품 업계 새로운 수요이자 먹거리가 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지문인식모듈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현재 드림텍, 엠씨넥스, 파트론 3곳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어서 삼성의 외주 조달 물량은 이들 3개 회사를 중심으로 소화되고 당분간 주문량도 이들을 중심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드림텍, 엠씨넥스, 파트론 입장에서는 매출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들 3개사 외에도 신규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물량이 상당한 만큼 공급사를 늘려야 안정적으로 부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신규 업체 선정이 설비 매각에 유리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신규 협력사(벤더)를 물색하는 중이다. 국내 카메라모듈 업체인 A사가 지문인식모듈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 베트남에 기반을 둔 국내 또다른 지문인식모듈 회사나 중국 부품 업체와의 협력 가능성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삼성과의 거래, 즉 서플라이체인 진입에 사활을 거는 부품 회사가 많다. 중국 지문인식모듈 회사는 오필름이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지문인식모듈 외에도 카메라 부품인 렌즈와 액추에이터 외주화도 추진 중이다. 렌즈, 액추에이터는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해 물량을 수주해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여서 상대적으로 업계 관심이 덜하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공개 절차를 통해 지문인식모듈, 렌즈, 액추에이터 설비를 매각하고 외주화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달 중이면 수혜 기업 등이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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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9 후면에 지문을 대는 모습(출처: 삼성전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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