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중국 세관당국이 자국 특허권을 침해한 혐의로 미국에서 들여오려던 반도체 설비를 압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펑파이(澎湃)망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 반도체 기업 중웨이반도체설비유한공사(AMEC) 요청으로 AMEC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미국산 설비가 세관에서 압류됐다.
AMEC 측은 당시 상하이 해관(세관)에 푸둥(浦東)국제공항을 거쳐 들어오는 이 설비를 압류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통관 절차 중이었던 이 설비의 가치는 3400만위안(57억6000만원)에 이른다.
해관은 이에 따라 지식재산권 보호절차에 의거해 수입되는 화물에 대해 행정집행을 했다. 신문은 특허 권리자 신청에 근거해 침해 혐의가 있는 설비 통관을 잠정 중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6일 세계 지식재산권 보호의 날을 맞아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미국의 통상법 301조 조사와 ZTE 기술수출 제재 등에 맞서 각을 세웠다.
중국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를 압박하는 미국 역시 반도체 분야 지식재산권 침해에 자유롭지 않다는 반박인 셈이다.
중국 내에서 지식재산권 문제 단속이 가장 활발한 상하이 해관의 경우 1995년 지식재산권 보호 업무를 시작한 이후 6600건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을 적발하고 10억위안 상당의 수출입 화물 3억1000건을 처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중국의 조치에 대해 미국은 AMEC이 보유한 특허기술과 중국 지식재산권 법규를 검토했다. 결국 AMEC과 협상해 전 세계에서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는 화해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이 수출통제 등으로 기술 공세를 강화하자 연구개발 비용을 늘리며 자국의 특허 출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특허협력조약(PCT)으로 국제특허를 출원한 건수는 전년 대비 13.4% 증가한 4만8882건이다. 일본을 넘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특허출원 국가가 됐다.
AMEC은 반도체 설비 분야에서 1200개 특허를 출원하고 기술개발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 대표로 꼽힌다. 국제 시장에서 점유율이 점차 커지자 해외 기업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도 잇따라 제기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재료 공학자였던 윈즈야오(尹志堯·74)가 지난 2004년 100만달러 연봉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와 설립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