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기 현실화...해법 모색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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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공식 판매점 애플스토어 가로수길.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기가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80~90%를 차지하는 제조사다. 해외에선 화웨이·비보·오포 등 중국 제조사 약진이 두드러지지만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이 확고한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렇다 할 존재감을 갖지 못할 정도다. 애플을 제외한 글로벌 제조사 시장점유율은 5% 미만으로 추정된다.

아이폰X(텐)과 갤럭시S9 국내 판매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건 삼성전자와 애플에 종전과 같은 전략이 향후에도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기를 타개할 해법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던졌다.

◇가격은 비싸고···혁신은 거의 없어

아이폰X·갤럭시S9 약속이나 한 듯 '비싼 출고가'와 '혁신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아이폰X은 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으로 야심차게 선보인 제품으로 출시 이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출시 이후 '페이스ID'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혁신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페이스ID도 각종 보안 문제에 휩싸이면서 논란이 되는 등 전작보다 부진한 판매 전망이 대두됐다.

갤럭시S9은 전작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계승했고 '슈퍼 슬로모션'과 'AR이모지'를 핵심 기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출시 이후 기존 상용화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슈퍼 슬로모션은 소니가 지난해 상반기 세계 처음 선보인 '960fps 수퍼 슬로모션 비디오' 방식과 유사하다. 피사체 움직임을 자동 인식해 슬로모션을 촬영하는 '오토 모션 디텍트' 기능을 추가한 정도다. AR이모지는 아이폰X 애니모지와 유사한 기능으로 이용자 얼굴을 캐릭터로 생성하는 기술이 접목됐다.

아이폰X·갤럭시S9 모두 소비자 눈높이를 충족하기에 부족했다. 그럼에도 애플과 삼성전자는 출고가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됐다. 결과는 아이폰X·갤럭시S9 판매 부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아이폰 국내 출고가는 10년이 채 안돼 60만원 이상 올랐다. 애플이 2009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아이폰3GS 출고가는 94만6000원이었지만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X 최고 가격은 155만7600원이다. 스마트폰 성능·기능이 매년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60만원 이상 올랐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가 2010년 6월 출시한 갤럭시S 가격은 94만3000원이다. 이듬해 갤럭시S2 출고가는 84만7000원으로 전작보다 10만원가량 저렴했다. 하지만 지난해 갤럭시S9 플러스 출고가가 115만5000원까지 치솟으며 전작에 이어 역대 최고가로 기록됐다. 7년 만에 갤럭시S 시리즈 국내 출고가가 30만8000원 상승했다.

◇한계 드러난 롱테일 전략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상·하반기로 나눠 1년에 두 번 출시한다. 애플은 하반기에 한 번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주기가 길다 보니 제조사는 기존 제품 수명을 길게 끌고 가는 '롱테일 전략'을 선택한다. 대표적인 게 색상 추가와 메모리 용량 추가 등이다. 이는 LG전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제조사 롱테일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스마트폰 전문 연구원은 제조사가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새로운 색상을 추가하거나 저장공간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디션'을 제품명에 붙여 마치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 같은 효과를 노리는 시도가 다수 있었지만 미리 예측가능한 전략에 소비자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및 업체 현황'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로 신규 수요보다 교체 수요가 시장을 지속 이끌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구매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소비자가 100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스마트폰을 재구입해야 하는 '가치 제안'이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반짝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후방 산업 타격 불가피

삼성전자·애플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부진 후폭풍은 제조사로 한정되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 부품 협력사와 액세서리 제조사 등 후방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액세서리 제조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삼성전자·애플 신제품이 출시된 이후 한동안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폰X·갤럭시S9 출시 이후에는 이 같은 현상이 실종됐다며 판매 부진을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폰X·갤럭시S9 판매 부진으로 유통점 등 전방산업 타격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중고폰 업체마저 시장 장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전국이동통신집단상가연합회 등은 아이폰X·갤럭시S9 출시 이후에도 시장에서 활기를 찾기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통상 유통점은 갤럭시S 시리즈와 아이폰 시리즈 출시 이후를 '대목'으로 분류한다. 1년 중 가장 많은 대기수요가 집중되고 스마트폰 개통 건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상황이 예년 같지 않다.

유통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고 아이폰X·갤럭시S9이 잇달아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찾는 발길은 전혀 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새로운 해법 강구해야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휴대폰 유통점, 소비자 등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당장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를 인하하는 게 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제안했다.

고가 스마트폰 구매 부담을 덜기 위해 24개월 또는 36개월로 분할 납부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구매 부담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줄어 제조사가 '고(高)마진 전략'을 고수한다고 비판한다. 제품 출고가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주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는 435달러로 세계 평균 249달러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와 함께 신기술 선점 전략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화웨이가 지난달 선보인 화웨이 메이트 RS 스마트폰은 세계 첫 트리플 카메라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내장형 지문인식센서를 정식 탑재했다. 이에 앞서 비보도 디스플레이 내장형 지문인식 기능을 갖춘 X21UD 스마트폰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9에 디스플레이 내장형 지문인식센서를 장착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소비자는 새로운 기능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옥현 서강대 교수는 “아이폰X·갤럭시S9는 기능 측면에서 기대했던 만큼 혁신을 구현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혁신 기술 개발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