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정보화 분야도 남북 협력으로 꽃피울 수 있는 대표 분야다. 과학기술은 정치 연관성이 낮고 민간 교류 경험도 있다. 정보화는 경제 고도화에 필수인 만큼 북한의 도입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 측이 서로의 강·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분야기도 하다.
과학기술계가 주목하는 협력 분야는 보건의료와 천연물, 자원 분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발표한 '한반도 천연물 혁신성장 전략'에서 남북 공동연구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여건 조성 시 천연물 분야의 공동연구 등 남북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천연물 분야 협력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북한에는 1000여 종 이상 천연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가 과학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천연물을 과학화·표준화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면 잠재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에 의존하는 소재를 한반도 내에서 자체 확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연구계도 남북 공동연구 수행 방안을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있다. 북한의 자원과 남한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게 핵심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천연물은 남북 공동연구 수행 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지형이 험하고 척박한 북한 지역 특성 상 남한에 소재하지 않는 뛰어난 특성의 천연물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핵, 말라리아 등 감염병 분야 협력을 강화하면 '건강 안보(Health Security)'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북한 지역 보건 수준을 높이고, 시혜에서 협력으로 교류 패러다임을 바꾼다. 오랫동안 격리됐던 북한 환경을 감안하면 새로운 발견이나 치료제 개발도 기대된다. 감염병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통일과 상호 교류를 대비하면 공동 대응은 미룰 수 없다는 지적도 높다.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북한 풍조도 긍정 요인이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북한의 SCI급 논문은 98건에 그쳤지만 2015년 한 해에만 58건이 발표되는 등 성장하고 있다. 국제협력 연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군사 분야 등 일부 영역에선 우리나라와 대등하거나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아 협력 이점이 크다.
정보화 분야도 새로운 시장을 기대한다. 북한은 남측 정보화 수준과 비교할 때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 소프트웨어(SW) 시장은 매출 100조원이 넘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북한이 갖고 있는 기술보다 대부분 우위에 있다. 국내 사업자가 갖고 있는 고도화 된 기술을 바탕으로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개별 솔루션 공동 개발 등 다양한 분야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전자정부 수출도 기대해볼 만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2007년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를 개발·제공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전자정부 플랫폼을 클라우드로 탈바꿈하는 계획까지 세우는 등 상당 부분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 유엔 본부에서 전자정부 우수 사례를 소개한 것처럼 북한 초청으로 관세청 '유니패스', 조달청 '나라장터'를 이식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사이버 공격 등 보안 관련 산업은 북한의 주요 경쟁력 가운데 하나지만 그만큼 협력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북한과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려면 북한 내에서 인터넷 활용이 필수적이다.
북한 인터넷 보안 안전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네트워크 환경 자체가 투자 예상 부족 등으로 오염 상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다만 이러한 기본 인프라가 해결될 경우 인터넷 특성상 눈부신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정보보안업계 관계자는 “북한 발 사이버 위협 감소 혹은 증가 문제는 이직 미지수지만 충분히 해당 분야 협력은 기대할 만하다”면서 “북한과 경제협력의 중심에 신뢰성인 IT 인프라를 확보하면 이후 눈부신 발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