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동안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이 손을 맞잡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점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T2와 T3 사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우리 영토를 밟는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한다. 우리 측 전통의장대 호위를 받고 공식 환영식을 가진 뒤 두 정상은 도보로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이동한다. 첫 악수 이후 한 시간 뒤인 10시 30분쯤 회담을 시작한다.
남북 정상은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 정상회담을 연 뒤 늦은 저녁께 공동 합의문을 발표한다. 발표 형식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회담 후 오후 6시 30분부터는 환영 만찬이 평화의 집 3층 식당에서 열린다. 만찬을 마치면 환송행사가 이어진다.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 동행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당일 만찬 행사에 깜짝 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남북 정상이 평화 체제 선결 조건인 종전 선언과 비핵화에 어느 정도 합의할지 세계 이목이 쏠렸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26일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함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뤄진 6·15선언, 10·4선언에는 '비핵화'를 담지 못했다. 이번 회담에서 정부는 비핵화 명문화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나아가 비핵화 방법론에서도 세부 합의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단순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북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점에 비핵화를 합의한다는 것은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에 이뤄진 비핵화 합의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비핵화 합의를 고도화하기 위해 회담을 하루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일축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동행하는 북측 공식 수행원 명단도 공개했다. 북한 공식 수행원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9명이다. 과거 정상회담과 달리 군 핵심 책임자와 외교 라인으로 구성됐다.
임 위원장은 “북측 역시 남북 정상회담만으로 보지 않고 북·미 정상회담과 이후 진행될 국제사회 협력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측 공식 수행원 명단에는 임 위원장을 비롯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외에 정경두 합동참모의장이 새롭게 포함됐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