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 “고용부 산안법 개정안 통과되면 첨단산업 다 죽는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과 국회 계류 개정법안이 통과되면 대한민국 첨단 기술 노하우가 외부로 유출돼 산업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김형현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 책임전문위원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문진국·임이자 의원(자유한국당)실이 개최한 '산업안전과 기업기술보호 긴급정책 토론회'에 나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경쟁사에 회사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에 파다하게 퍼져있다”면서 “현재 계류돼 있는 산안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는 역학조사결과, 공정안전보고서 등을 공개하라고 명시하고 있어 이 법이 묶음으로 통과될 경우 최근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된 작업환경측정보고서보다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 2월 9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MSDS(제조 수입자 정보, 구성 성분 명칭, 유해성)는 물론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전산으로 공개토록 명시돼 있다. 김 위원은 “시행규칙에 어떤 정보가 규정되고 공개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영업비밀이 온라인에 통째로 공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기업 핵심 자료가 제3자에게 공개되는 것도 큰 문제로 꼽혔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방송사 PD 등 제3자에게 공개하려 했다. 삼성전자는 행정심판원과 법원 등에 이를 저지하는 소송을 걸어 공개집행 정지 판정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에는 해당 보고서에 국가 핵심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지금은 정보공개심의회에 해당 산업 전문가가 포함돼 있지 않아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된 해당 사업장 측정보고서가 비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고용부 정보공개심의회에 해당 산업 분야 전문가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학계 권위자로 꼽히는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삼성에 비밀준수협의서를 쓰고 해당 자료를 훑어 봤더니 그 속에는 중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의 경쟁 반도체 회사들이 참조할 만한 핵심 기밀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면서 “대전고법은 이런 보고서 속에 '아무 내용이 없다'는 식으로 판결했는데 이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김수근 성균관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기업 비밀을 공개할 때는 목적 외 사용은 금지하고 비밀 준수 의무를 졌을 때는 반대급부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법률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동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장은 “철강, 화학 등 산업 분야마다 개별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긴 어렵지만 이번에 문제가 불거졌으니 위원회에 반도체 전문가들이 들어올 수 있는 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영주 현 고용노동부 장관과) 강병원 의원 등이 내놓은 산안법 개정안은 과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핵심기술은 보호한다는 선에서 법을 개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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