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 다른 해외 차량 판매 쉬워져 '데스티네이션' 개방 요구도
우리 정부가 특정 충전 규격과 상관없이 모든 전기자동차 충전이 가능한 어댑터 사용을 전면 허용한다. 지금까지는 전기차 제작사별로 규격이 달라 공용 충전인프라 사용이 제한되거나 일부 테슬라 고객은 미인증 어댑터를 암암리에 사용해 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이 전기차 충전기 어댑터에 대한 국가안전기준(KC)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 한국산업규격(KS)을 '콤보1'으로 통일함에 따라 다른 규격을 사용하는 전기차 충전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국가도 각기 다른 충전 규격 전기차 모델이 늘면서 다양한 어댑터를 사용한다. 다만 이들 국가별로 어댑터 사용을 제재하거나 반대로 사용을 권장하는 국가 차원 안전규격을 갖춘 나라는 아직 없다. 결국 국표원이 안전 규격을 제정, 공식 제도화하는 건 세계 최초 시도다.
국표원은 최근 전기차·충전기 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어댑터 허용을 주 내용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 안에 따르면 △테슬라 독자 충전 규격을 포함해 △일본 '차데모(CHAdeMO)' △일부 전기버스 업체가 채택한 '타입2' △르노 완속 'AC3상' 등이 '콤보1'과 케이블 연결해 호환되는 어댑터를 인정하기로 했다. 단 직류인 콤보1과 전류 성질이 다른 르노 AC(교류)3상 급속 충전용 어댑터는 안전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다.
국표원은 이달 중 연구에 착수해 어댑터 사용에 따른 안전 검증 기준 등을 마련한 후 KC 인증 규격까지 제정한다. 이르면 연내 어댑터 사용이 공식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표원 관계자는 “전기차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어댑터 사용 요청이 꾸준히 제기돼 안전성부터 철저히 따져볼 계획”이라면서 “관련 업계와는 어댑터 사용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했고, 이달 중에 안전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과제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이용자는 크게 반겼다. 충전 규격이 각기 다른 다수 해외 전기차 국내 판매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수혜는 테슬라가 보게 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별도 충전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어댑터가 인정되면 편의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 때문에 테슬라 고객만 사용하는 충전인프라를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정부가 어댑터 사용을 위한 안전 규격 인증까지 만드는 건 세계 최초로 전기차 민간 보급 확대에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공익성을 위해 어댑터를 허용한 만큼 최대 수혜자인 테슬라도 자체 충전 인프라인 '데스티네이션'을 누구나 사용하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종전 충전 규격인 '타입2'에서 자체 독자 충전 규격으로 전환했다. 어댑터 사용이 허용되면 테슬라 고객은 국내 모든 공용 충전 인프라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