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건설 단계부터 환경 안전 대응...감리 고도화 추진
SK하이닉스가 해외 건설 감리사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논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추진 등으로 산업 현장 환경 안전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발 앞서 환경 안전을 강화하는 조치여서 주목된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국내 건설 시공사가 잘 아는 국내 업체에 감리를 맡기면서 '봐주기 감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공장 건설 감리 고도화 전략'을 세우고 해외 감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 전략안은 그룹 수뇌부와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 결재까지 마쳤으며 실무 부서에서 세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감리란 시공 관리, 품질 관리, 안전 관리 등에 기술지도 업무를 말한다. 건설 시공사가 공사를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감리업체가 맡는다. 국내법상 공장 등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사법, 전력기술관리법, 소방법에 따라 감리를 해야 한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국내 감리업체만을 활용해 왔다.
해외 감리 도입을 포함하는 감리 고도화는 공장 건설 단계부터 환경 안전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선제 대응 성격이 강하다. 삼성이 이미 공장 건설 시 해외 감리를 도입, 성과를 거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충북 청주와 중국 우시에 신공장을 연이어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해외 감리를 도입하면 배관, 급수, 전기, 배기, 히팅, 가스, 케미컬, 용접 등 반도체 공장에 적용되는 특수 설계 분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생산 공장은 외부 또는 특정 공간에 저장된 각종 가스나 케미컬 재료가 배관을 타고 들어와서 장비에 공급된다. 건축 단계부터 배관 설계, 파이프 용접 등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가스 누출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가스나 케미컬이 저장된 공간에는 비상 급배기 구조물도 들어가야 한다. 전문 해외감리사는 이 같은 특수 공장 설계 노하우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해외 감리가 국내 시공사와 유착 관계가 없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으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선 “국내 감리 강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일부 나오긴 했다. 그러나 최근 SK하이닉스 신공장 건설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 같은 해외 감리 도입 움직임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 케미컬 누출 등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는 물론 정부의 가동 중단 명령 등으로 경영상 치명타를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회사 안에 존재한다”며 해외 감리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돈만 벌어서는 생존할 수 없다”면서 “사회 가치를 키워서 기업 경영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