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4차 산업혁명은 바이오텍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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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합성연구센터장

유럽의 제국은 18세기 이후 자국 물산을 신세계에 내다 팔게 됐다. 상업 발전은 대량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계 개발로 이어졌고, 기술과 노동력이 집약된 공업도시를 낳았다. 이 도시는 새로운 기계 구동을 위해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했는데 기존 수력과 풍력에만 의존해서는 발전을 지속할 수 없었다. 이 때 영국은 증기기관이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동력을 개발,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향후 100여년간 세계의 부와 권력을 주도하는 계기가 된다.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당시를 재현하는 퍼포먼스로 산업혁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요즘에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이번에는 에너지 대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이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이번에는 서구에 뒤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다행인 것은 IoT 헬스케어, AI 진단·신약탐색 등 새로운 동력이 진단·의약 분야에 빠르게 도입돼 급속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주요기술인 합성생물학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 분야는 DNA대량 합성기술을 토대로 기존 분자생물학을 공학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영국 과학성은 합성생물학이 기술 발전에 따라 바이오기술 전반의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희귀식물을 기반으로 수십 단계의 정교한 조절, 생체 반응을 거쳐서 만들던 고가 의약물질을 미생물 배양으로 단시간에 만들어 내고, 정밀한 생체감지 DNA를 제작해 극미량의 위해물질이나 병원균을 감지하는 기술이 탄생하고 있다. 또 유익미생물을 이용해 해로운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병원성을 통제하는 DNA장치 개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을 발표하면서 합성생물학을 연구개발(R&D) 승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바이오 특성에 가장 적합한 혁신형 R&D로 선정하는 등 육성 방안을 마련하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런 기대 이면에는 실제 유전자를 조립해 고도화된 분자생물학적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이는 시뮬레이션대로 기능이 이행되지 않는 생물 특유의 모호성과 다양성을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한다. 물론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은 대량의 랜덤 라이브러리를 고속으로 분석한 빅데이터를 학습해 설계에 도입하는 방식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알파고가 엄청난 바둑의 수를 검토해 상황에 맞는 묘수를 찾아내고, 이를 학습해 더욱 고도화된 전략을 만드는 방식과 흡사하다.

먼저 최대한 다양성을 반영해 DNA를 대량 합성하고 이를 개별미생물에 일괄 도입한다. 이 과정은 전문가에게는 실상 간단하다. 이어 자동화된 로봇시스템이나 고속 분석기기를 이용해 이 미생물들을 빠르게 분석해 어떤 DNA가 원하는 분자생물학적 기능에 효과적인지를 알아낸다. 이 과정에는 머지않아 머신러닝 등 다양한 AI기술이 접목될 것이다.

미래 합성생물학은 이런 '디자인-제작-테스트-학습'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고도화된 분자생물학적 기능의 계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미 수십 개 유전자로 구성되는 다양한 생물학적 장치가 물질합성, 조절, 논리구동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런 장치를 새로운 유전체에 도입하면 제조업, 의료, 농업, 환경관리 등에서 큰 가치가 생겨날 수 있다. 실리콘밸리 등에서 합성생물학에 대규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국내 바이오기업도 일부 비용을 지불하며 그들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기술 발전은 머지않아 4차 산업혁명 대표 결실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도 합성생물학과 4차 산업혁명을 연계하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전문 인력 양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합성연구센터장 sglee@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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