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드루킹 사태'로 시작한 정치적 공방이 포털 책임론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포털은 이번 사건으로 자사 역시 피해를 입었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포털 뉴스편집과 댓글 시스템 전면 개편을 요구할 움직임이 포착된다.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3월 국회에서는 포털 뉴스 유통, 댓글 정책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토론회가 수차례 열렸다.
포털은 댓글 시스템을 감추거나 특정 뉴스에서 운영하지 않는 방안은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1월 19일 내부에서 댓글과 추천 수 조작을 인지해 분당 경찰서에 신고를 의뢰했다. 자사가 먼저 조작을 인지,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 조작 시도와 위험은 인터넷 서비스에서 상시로 있는 일”이라면서 “어뷰징(abusing, 오용)이 무서워 자유로운 소통 창구를 막는 것은 이용자의 순수한 의견 표현까지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프로그램으로 댓글 조작을 방어한다. 캡차(Capcha)가 대표적이다. 캡차는 인간과 봇(Bot)을 구분하는 장치다. 프로그램에 의한 조작이 의심되면, 사람이 아닌 이상 인식이 불가능한 이미지와 문자를 섞어 제시한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댓글을 다는 것을 막는다.
이 같은 방어 프로그램을 쓰더라도 조작을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포털 입장이다.
포털 관계자는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면서 “자체적으로 확보한 기술, 정책적 대응방안이 더 있지만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막는 쪽 전략이 공개되면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주장에 대부분 동의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해킹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없듯이, 모든 매크로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없다”면서 “최악의 경우 광고수익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대형업체들은 이런 매크로를 막기 위해 많은 기술적 노력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드루킹 사건에 대해 벌써부터 포털 업체에 왜 못 막았냐고 묻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다만 “수사 결과 조작에 사용한 매크로 수준이 허접하다면 그때는 네이버 관리소홀을 탓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도 “포털에 책임을 지우는 규제는 교각살우”라면서 “행위자를 엄벌해 재발방지를 하면 되고 그것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포털에만 적용되는 댓글 모니터링 규제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조작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이미 국회에 제출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여론 조작 행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댓글작업을 하거나 댓글에 대한 추천(공감 등)수 조작을 처벌한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익을 취하거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행법이 여론 조작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것을 보완한 것이다.
신 의원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댓글과 추천 숫자를 부풀리는 것은 건전한 여론 형성 과정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왜곡할 소지가 있다”면서 “대다수 선량한 네티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개정”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포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감수 추천 등 가능한 여론조작 행위를 차단하는데 더 집중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위적인 조작 시도를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정책적인 방안을 고민해 더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루킹사태 일지>
1월 17일 '드루킹' 일당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해 평창 올림픽 남북단일팀 기사 정부 비판 댓글 공감수 상승하도록 조작
1월 19일 불법 프로그램으로 공감수 조작을 인지한 네이버, 분당경찰서에 수사의뢰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 경찰 고발
2월 드루킹 일당 인사청탁 거절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협박성 메시지
3월 21일 경찰 드루킹 일당 체포
4월 17일 검찰, 드루킹 '평창기사 여론조작' 혐의 기소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