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한국형 선진 정책 모델 도입해야

친환경자동차 시대를 맞아 글로벌 자동차 정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영국, 독일, 스웨덴, 일본 등 세계 각국은 내연기관차 운행제한 제도나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차 의무판매 제도 역시 해마다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자신문은 환경부, 강병원 국회의원실과 함께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정부·자동차·교통·환경·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 교통·환경 단체 관계자, 일반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해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다.

패널 토의에 참가한 7명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친환경차 보급 정책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국내 기술 지향점과 시장 여건, 보급 목표와 대상 등을 세심히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장기적 한국형 선진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Photo Image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이규진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 책임연구원,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최영석 전기차사용자협회 이사,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이주창 환경부 대기환경과장이 패널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참석자(가나다순)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이규진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 책임연구원

△최영석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이사

△이주창 환경부 대기환경과장

※사회=김필수 대림대 교수

◆배출가스 저감·친환경차 보급은 시대의 흐름

◇사회(김필수 대림대 교수)=내연기관차 운행제한 제도,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 친환경차 의무판매 제도 등 논의할 세 가지 제도는 여러 이해 관계자에게 복잡하면서도 민감한 사항이다. 특히 최근 사회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출가스 저감과 친환경차 보급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세 가지 제도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이규진(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 책임연구원)=자동차 배출가스는 근본적으로 배출 원인자와 피해자의 불공평성을 초래한다. 배출관리 정책 지향성은 정책 효율성보다는 교통환경 취약계층 피해를 최소화하는 형평성이 주요 기준이 돼야 한다. 내연기관차 운행제한 제도는 교통환경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

◇강광규(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명예연구위원)=친환경차 협력금 제도는 오염 물질을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부과금을 내도록 하고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한국도 2015년 이와 비슷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산업계 반대로 유보된 상황이다. 국내 승용차 시장은 중대형차 위주 구조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다.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박지영(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해외 사례를 보면 친환경차 의무판매 제도가 기술 진보를 유도하고, 제조사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정책 도구로 활용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9개 주, 캐나다 퀘벡 주에 이어 중국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의무판매 제도는 자동차 제조사의 친환경차 기술 수준 향상을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영석(전기차사용자협회 이사)=모든 정책은 실제 사용자에게 얼마나 호응을 받을 수 있는가가 문제다.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이나 협력금 제도의 경우 누군가는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게 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많은 이들이 호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민해 추진해야 한다.

◇김태년(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보급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먼저 균형된 정책을 도입했으면 한다. 한국은 규제 일변도에 있다. 일본은 모든 규제를 인센티브로 가고 있다. 과징금과 같은 규제보다 인센티브를 주고 방안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산업에 투자해 발전해야 한다. 자동차 제조사도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업계는 약 14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수십 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주창(환경부 대기환경과장)=7~8년 전만 해도 전기차 성능이 높지 않았고, 충전 인프라도 부족해 어떻게 보급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차를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충전 인프라도 세계적인 수준까지 왔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앞으로 수년 내 전기차 시장이 많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는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다.

Photo Image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패널 토의를 경청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국 친환경차 규제…과하다 vs 약하다

◇사회=규제에 대한 부분은 세계 각국 자동차 문화의 차이가 크다. 한국의 경우 경차 보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소비자가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 탓에 차량이 자꾸 커지는 추세다. 이런 부분을 제조사가 더 노력하고 고민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차량 2대 중 1대가 경유차다. 하지만 300개 도시에서 내연기관차 운행제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후유증을 막으려면 환경 인식 개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내연기관차도 연료 효율 50% 이상을 달성하면 하이브리드차 이상의 친환경성을 발휘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미 친환경성에 따라 세금을 내고 있다. 친환경차 제도의 경우 추가적인 소비자 부담이 우려된다. 부담금이 적용되는 분야에 생계형 대형 경유차를 운행 중인 사람이 많다. 어려운 소비자 주머니를 털어서 테슬라처럼 고가 전기차를 지원하는 건 사회적인 문제다.

◇송상석(녹색교통 사무처장)=산업계가 규제 일변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데,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는 미국과 유럽 등 이미 다른 국가에도 존재하는 제도다. 한국도 수년 전부터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제도 시행했으나 현재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반대로 너무 빈약한 게 문제다.

◇김태년=중국은 자동차 산업을 시작하면서 내연기관으로 산업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조급함으로 정책을 몰아가고 있다. 전기차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장악하려 한다. 중국 자동차 수요는 글로벌 시장 3분의 1수준이다. 중국이 가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중국 전기차 야망에 따라가는 제도를 시행하면 중국 업체만 혜택이 커질 수 있다.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할 순 없다고 본다. 구매를 의무화해야 하는 게 맞다. 구매를 의무화하려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자동차를 사용하는 목적은 편의성이다. 아직 전기차를 구매하기에 충전 인프라, 주행거리 등 불편한 점이 많다. 생산자 입장에서 전기차가 부담인 이유다.

◇송상석=한국 자동차 제작사들의 평균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다. 연비도 낮아지고 있다. 국내 배출가스 주범은 경유를 사용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제작사도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가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 규제를 강화하면 기술이 따라간다. 결국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만 살아남을 것이다.

해외 역시 내연기관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수출도 못 하는 국산 대형 세단이 한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것은 제대로 된 규제가 없어서다. 이제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국내는 어린이 통학 차량 대다수가 매연 발생의 주범인 10년 넘은 경유차다. 규제를 안 하니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유차를 규제한다면서 대형 화물차에는 유가 보조금 주는 게 한국의 실정이다.

◇김태년=친환경차 도입에 앞서 기술 발전 속도, 시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도 산업 측면에선 특정 기술에만 제한을 두면 안 된다. 자동차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 있다. 유연성을 줘야한다. 시간을 두고 친환경차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영석=현재 전기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처럼 가까운 미래에 1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제조사도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할 수 없다.

재규어랜드로버와 볼보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내연기관차로 자존심을 내세우던 회사다. 하지만 앞으로 전기차 플랫폼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규제 비용보다 전동화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규제는 일종의 룰이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친환경차 보급 정책과 방향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Photo Image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이규진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 책임연구원,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최영석 전기차사용자협회 이사,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이주창 환경부 대기환경과장이 패널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국형 선진 모델 도입 중요해

◇사회=친환경차는 올해부터 빅뱅을 몰고 올 것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소비자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주류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대한 당위성과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이규진=한 가지 제도만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크게 늘리긴 어렵다. 차종별로 운행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택배와 화물 차량 등 어떠한 차종에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는가를 하나의 정책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정책을 융합해 조율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강광규=2013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추진했으나, 산업계 반대로 무산됐다. 과거처럼 자동차 산업계 논리로 계속 반대를 한다면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유차가 폭증하고 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산업계에 친환경차에 대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진들과 협력금 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했다. 산업계 역시 반대 논리만을 펼쳐선 안 된다. 미세먼지와 대기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친환경차 제도에 대해 누군가는 명확히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안다.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나 의무판매 제도 등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정책을 추진하면 친환경차 수요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될 것이다.

◇박지영=연구 조사 결과 친환경차를 사려는 사람은 많다. 국내 친환경차 시장 잠재력이 굉장히 높다는 의미다. 다만 구매 보조금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이다. 환경부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시장이 커지면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독일이나 미국 사례 등을 참고해 소득이나 차량 가격을 고려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

친환경차 의무판매 제도는 기술 지향점, 국내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섬세하게 설계돼야 한다. 효과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주요 제조사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협업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주창=언제까지 재정적으로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앞으로 정책 추진에 있어 구매 보조금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을 것으로 안다. 환경부는 친환경차 보조금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 보조금을 줄여나가면서 비재정적인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친환경차 협력금과 의무판매 제도 등은 앞으로 어떻게 조합해 정책에 반영할지 정부 관계 부처와 국회 모두 논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계속해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

◇사회=결국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산업, 교통환경 등 각 분야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본다. 전문가들 모두 한국형 융·복합 선진 정책 모델 도입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아주셨다. 정부와 업계, 시민들도 앞으로 친환경차 보급에 대한 인식 전환에 앞장서 주시길 부탁드린다.


정리=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