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키오스크 장애체험 나선 김수민 의원...“기술 발전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저는 팔다리가 긴 편인데도 메뉴 선택하고 터치하는 것조차 무리입니다.”

김포공항 여객터미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휠체어를 타고 아시아나항공의 키오스크(설치형 디지털 단말기) 앞에 섰다.

휠체어를 탄 채로 화면의 메뉴를 보고 터치하며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려던 김 의원은 마음처럼 키오스크를 조작하지 못해 힘겨운 모습이었다. 김 의원은 “시야가 한정돼 키오스크 메뉴가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화면의 중앙 위쪽의 버튼은 누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휠체어를 타고 장애체험에 나선 김 의원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키오스크 이용이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기술 발전과 효율성 등을 이유로 키오스크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상황에서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키오스크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과 철도, 지하철, 패스트푸드뿐 아니라 행정, 금융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키오스크의 취약계층 사용편의성 제고가 시급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와 이마트, GS25를 비롯한 대형프랜차이즈는 물론 백화점, 공항, 공공기관, 소규모 음식점까지 키오스크 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경영 효율성과 소비자 편의성 제고가 있다. 그러나 장애인과 노약자 등 사회취약계층이 점원 등 타인의 도움 없이 키오스크를 홀로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김 의원이 장애인 체험에 나선 김포공항 키오스크만 하더라도 공항 내부에 항공사 직원이나 자원봉사자가 상주하고 있고, 접근성도 다른 매장이나 기관보다 수월하다. 그럼에도 휠체어를 탄 김 의원은 키오스크로 비행기티켓을 구매하는데 쩔쩔 맬 수밖에 없었다. 키오스크 자체가 비장애인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의 KFC매장도 마찬가지였다. 매장에 들어서자 성인 키만한 키오스크가 놓여있었다. 벽처럼 놓인 키오스크 사이를 통과해야 점원이 나오는 구조였다. 키오스크 등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은 물론 일반 성인도 주문에 헤매는 모습이었다.

김 의원은 “시야가 넓지 못한 어르신 중 한 분이 키오스크 앞에서 5분 넘도록 서 있으셔서 도움을 드린 기억이 있다”면서 “기술은 급격히 발전하는데, 기술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한 안전장치가 법률적으로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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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 '내일티켓 영프론티어' 대학생 참여자가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키오스크 관련 개정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 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안'도 이 같은 법률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만들어졌다. 개정안은 대학생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방안을 입법화하는 '내일티켓 영프론티어' 프로그램을 통해 계획됐다. 개정안을 구상한 박규태(명지대 디지털미디어 2학년)씨는 “일본 여행 중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배려와 노력을 보고 다른 조원들과 논의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7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최하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금융결제원, 행정안전부, 맥도날드 등이 참여하는 '정보접근성' 간담회가 개최돼 주목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최저임금 상승, 유통혁신 등으로 키오스크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고령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 많다”며 “국회에도 관련 개정법안이 발의된 만큼,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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