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이틀 간의 미국 의회 마라톤 청문회는 비교적 선방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와이어드 등 대표적 IT매체조차 페이스북이 사용자 정보 유출 건으로 연거푸 실수를 저질렀고, 번번이 사과했지만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이 제3자에 대한 데이터 유출, 오용 등으로부터 사용자 정보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통제력이 사실상 없다고 비판했다.
유명 IT인사들도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거나 소셜미디어 규제를 옹호하는 등 페이스북 문제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테슬라 창립자 엘론 머스크는 11일(현지시간) CBS와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8700만명 사용자 정보가 영국의 데이터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로 유출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캠프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머스크는 페이스북 정보 유출 파문이 커지자 테슬라와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엑스(X)'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그는 자신이 규제와 감시의 옹호자는 아니라고 강조하며, 대중에게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을 향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날선 비판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는 페이스북 비즈니스모델이 이 같은 정보 유출 문제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팀 쿡은 IT미디어 리코드와 인터뷰에서 “나라면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소셜미디어플랫폼에서 사용자 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를 비난했다. 그는 “고객이 상품이 아니며 프라이버시는 인권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애플의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도 페이스북을 공격했다. 워즈니악은 “페이스북은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광고로 돈을 벌지만 사용자는 이익을 얻지 못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실리콘밸리가 주요 위기상황에서 똘똘 뭉쳐 대항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침묵을 지키는 트위터, 링크드인 같은 회사를 거론하면서 하드웨어 판매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 차이에서 오는 입장 차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사면초가' 상황의 페이스북을 옹호하는 이도 있다.
이날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투자자 팀 드레이퍼는 CNBC와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영웅”이라면서 페이스북 정보보호 문제가 다른 기술 대기업에 비해 크지 않다고 변호했다.
그는 만약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규제가 이뤄진다면 잠재적으로 우수 인재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