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천억원을 벌어들이는 전자 분야 중견기업도 지방에서는 인력 뽑기에 비상이 걸렸다. 중견기업급 연봉조건, 복지혜택에도 외진 위치와 기업 인지도 등으로 구직자 채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중견기업의 구인난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11일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은 63.3%에 이른다. 낮은 인지도(25.3%), 지방 소재(22%)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역 소재기업 인력난 원인으로 우수 인재 수도권 선호 현상을 꼽았다.
수도권 인력 편중 현상은 전자 분야 우량기업도 피하지 못했다. 시장 내 인지도를 갖추면서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림에도 지방 소재지라는 한계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충청지역에 사업장을 둔 한 중견가전사 관계자는 “관리직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사내 식당 정비, 통근버스, 사택 마련까지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그럼에도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고 입사하더라도 금방 인근 대도시 기업으로 옮기더라”고 토로했다.
충남지역에서 전자기기를 제조하는 다른 중견기업 관계자는 “관리직 부족에 늘 시달리는데 지원자가 지방 근무를 꺼리는 부분이 가장 크다”며 “지원자는 있더라도 회사가 원하는 인재는 모이지 않아 매칭이 어렵다”고 전했다.
연구·개발(R&D) 인력 수급에 한계를 느끼고 지방에 있던 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수도권 인재는 포기하고 사실상 지방 인재 채용에 집중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에는 중견기업이 청년 구직자를 신규 채용할 때 1인당 900만원을 기업에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다. 한시적 지원이지만 정부로선 특단 대책을 내놨다. 기존 운영하던 중소·중견기업 재직자 '몫돈 만들기' 사업인 내일채움공제를 포함하면 정책 차원 인력 유인책도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방 소재 중견기업 인력난이 획기적으로 해소될지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은 장기간 유지하기 힘든 정책이라며 회의적 평가를 내놓는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은 “중견기업의 수도권 외곽 사업장만 되더라도 인력풀이 확연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청년 구직자들은 결국 기업의 비전이나 주변 환경, 인접성에 민감하다. 근본적으로는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