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을 대변하는 한국산업SW협회가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1988년 63개 회원사로 시작한 협회는 지금 회원이 9000개사가 넘는다.
30주년 기념식은 어느 SW 행사보다 화려했다. SW 주무부처 전·현직 장관 5명과 여야 대표 국회의원, SW 관련 전·현직 공무원 등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주요 SW 업체 대표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 350여명이 행사장을 메웠다. 명실공히 SW 대표 단체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꼭 초대해야 할 '손님'은 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초대하지 못한 손님이다. 전·현직 장관들이 총출동한 자리에 대통령 축하 영상은 물론 청와대 보좌관이나 수석, 비서관은 없었다. 조현정 SW산업협회장은 30주년 기념식이 시작되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관계자나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타진해 봤나”는 기자 질문에 “청와대 누구에게도 얘기를 전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조 회장은 “청와대쪽에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전할 통로가 없다”면서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부탁하면 가능하겠느냐”는 씁쓸한 농담을 했다.
프랑스·캐나다·호주 등 세계 주요국은 대통령, 총리가 SW 산업 키우기에 앞장선다. 그들은 SW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삼성전자,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글로벌 기업들이 프랑스와 캐나다에 인공지능(AI)센터를 설립하는 이유는 수장이 SW 산업 투자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SW 산업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할 통로조차 없다.
30년 전 SW 산업은 하드웨어(HW) 부속품처럼 등한시하던 산업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SW는 전 산업을 일으키는 핵심 동력으로 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앞으로의 30년은 SW가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새 정부 출범 1년 동안 SW를 포함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홀대론이 계속됐다. SW업계 대표 잔칫날에 청와대 관계자를 초청조차 하지 못한 것은 SW업계 현실을 보여준다. 대대적 지원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SW, ICT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전은 없다. 청와대는 최소한 업계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 담당자라도 둬야 한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