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관련해 협상을 통한 타결론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대중(對中) 압박을 이어가면서도 시장 공포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주요 2개국(G2) 무역전쟁 우려를 진화하겠다는 취지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트럼프 대통령 텃밭인 농업지대가 타격을 입는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미·중 간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중국과 토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전쟁이 가능하다”면서도 “그렇지만 무역전쟁을 절대 바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이 자유롭고 공정하면서도 호혜적인 무역 여건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이익을 공격적으로 지켜낼 것”이라며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협상론에 무게를 실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중 간 협상을 통해 무역분쟁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아마도 중국은 진지한 대화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그렇게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중국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잘 지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가 연이어 현지 언론에 중국과의 대화 필요성과 협상 여지를 남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을 통한 해결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무역장벽을 허물 것”이라며 “세금은 상호호혜적일 것이며, 지식재산권에 대한 협상은 성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가 일제히 대중 발언 수위를 낮추며 무역전쟁 우려를 진화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하지만 G2 무역전쟁이라는 최악 시나리오를 피하면서 중국의 '항복'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중국에서는 반미(反美) 애국주의 정서가 팽배해지며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나타날 조짐이다. 실제 불매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최근 중국 내에 미국과의 경제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여론이 팽배하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9일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 관련 분쟁 양상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양국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무역과 관련한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관세 위협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양국 고위층 협상을 통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시행일이 연기되거나 내용이 크게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분쟁 확산이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둔화하고 물가 상승률을 확대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지만, 현재 양국이 발표한 조치 정도로는 별 영향이 없다고 분석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