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PC시장 저력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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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전에서 정의하는 저력의 의미는 '속에 간직한 든든한 힘'이다. 저력이라는 단어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언제든 빠져나올 것이라는 믿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힘을 내면에 갖춘 셈이다.

저력이라는 단어는 개인용컴퓨터(PC) 시장과 꽤 어울리는 말이다. 겉으로는 변화가 없고 침체기에 접어든 것 같아 보이는 PC 시장에서는 늘 새 사업 모델을 찾고, 시장을 확대했다. 한 사례가 노트북이다. 일본 도시바는 1985년에 노트북을 처음 선보였다. 휴대가 가능한 데스크톱 성능을 갖춘 컴퓨터의 출현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금은 PC 시장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PC 시장은 최근 들어와 다시 정체됐다. 2016년 말 가트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C 출하량이 8분기 연속 감소했다. PC 시장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던 노트북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PC 시장은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해졌다. 업계는 태블릿과 투인원 PC로 새 사업 모델을 찾았다. 그러나 태블릿, 투인원 PC 성장세마저 둔화되면서 PC 시장은 최근 긴 침체기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이 PC 시장은 저물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PC 시장의 저력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지난해 한 정보기술(IT) 전문가는 “'개인용 PC 시장의 종말'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이르다”면서 “앞으로 2년 안에 충분히 소비자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새 기술이 계속 등장하면서 PC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PC 시장은 시장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에 걸쳐 PC를 3~5년마다 교체하던 상황에서 6년 또는 더 이상으로 늘어난 수명 연장은 한계에 이르렀다. PC 수명 연장이 중단되는 시점에서 판매율은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다.

PC 시장 성장을 이끌 주인공 가운데 하나는 게이밍 PC다. 최근 에이서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휴렛팩커드(HP) 등 모든 글로벌 PC 제조사가 게임에 특화한 노트북·모니터 관련 제품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관련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 기관 존페디리서치(JPR)의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시장 규모가 2016년부터 매년 약 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올해에는 3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영리 기관인 게이밍공개연맹(OGA)은 2014년 260억달러에서 올해 35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VR 등 최신 기술이 결합되면 더 나은 경험을 원하는 게이머들의 수요가 늘 것이다. 자연스레 게이밍 PC·주변기기 시장도 커지게 된다. 게임 구동이 가능한 하이엔드급 게이밍 전용 데스크톱 PC와 모니터 등이 중심이다. 최근에는 휴대성을 갖춘 '게이밍 노트북'도 떠오른다. 기술력이 발달하면서 게이밍 노트북은 얇고 가벼워지고 있다.

두께와 무게가 업무용 노트북에 버금가는 게이밍 노트북 등장은 게이밍 PC 시장의 상승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혹자는 스마트폰이 PC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쓰임새를 놓고 보면 스마트폰이 노트북·데스크톱 PC를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게이밍 PC 시장의 성장세와 VR·AR 기술이 결합되면 PC 시장은 다시 한 번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다.

김남웅 에이서코리아 대표 support.korea@ac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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